서울 집수리 아카데미(4)

내 집의 전기 배선도

by 서화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두리번두리번 내 방안에 있는 콘센트를 찾는다.

방문 옆에 하나. 그리고 들어와서 책상 밑에 하나. 두 개다.

콘센트 두 개에 스위치 하나. 스위치는 전등만을 켜기 위한 용이라 1구짜리다.

내 방은 현관에서 가깝다. 그러면 신발장 두꺼비 집에서 바로 직행으로 활성, 중성선, 접지선이 연결되어 방문옆 첫 번째 콘센트를 만들었을 것이고 거기서 책상 아래 콘센트로 연결되었겠지?

전등과 스위치 연결을 위해서는 천장에 연결 박스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고 두꺼비집에서 나온 활선은 천장의 박스를 통해 스위치로 왔다가 스위치에서 다시 나와 전등이랑 연결되었을 것이다. 중성선은 두꺼비 집에서 천장 박스를 통해 바로 전등으로 연결했을 것이고.


나는 전기 수업이 있은 후 벽을 훑어보며 콘센트와 스위치 그리고 전등의 연결 그림을 자주 그려본다.

만약 내가 한다면 이런 그림으로 연결하면 좋겠지? 하면서.

배운 것을 당장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천장과 벽면의 전선 지도쯤은 능히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운 소득이다.




전기 수업에서 나는 유독 말이 없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웃음소리.

“빨간색 전선 좀 건네주세요”

“커넥터 여기 없는데 남는 거 있어요?”

“불 들어왔어요. 와! 축하합니다”

조원들의 부탁과 성공한 사람들의 칭찬 박수 소리까지. 가라앉지 않는 그 어수선한 공기조차 느끼지 못했었다. 색색의 전선이 뭉쳤다 갈라졌다 다시 낱개로 연결되는 전기의 과제는 가려져 있어서 단순하게 보였을 뿐 조금도 단순하지 않았다.

적절한 색과 길이의 전선을 찾고 전선 연결 커넥터를 먼저 챙겼다. 피복을 벗기면서도 다른 선과 연결하면서도 매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감전될까 봐 엉뚱한 곳에 연결할까 봐.


뻣뻣한 전선을 쑤셔 넣느라 이마에 맺힌 땀을 닦을 여유도 없이 나는 마지막 전선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비장하게 눌렀다.

선생님이 소리치셨다.

“아니 눈은 왜 감아요?”

“왜 도망가요? 겁낼 것 없어요”

잘못되면 불꽃이 튀면서 정전이 될까 무서워 뒤로 물러나 있었다. 양손으로 눈도 가리고.


그럴 일은 없었다. 그저 2구 스위치와 연결된 2개의 전등 중 하나가 불이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나한테 전기는 근거 없이 불안한 것이었다.

“왜 불이 안 들어오죠?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처음부터 나사 풀어 다시 들춰볼 엄두가 나지 않아 선생님부터 찾았다.

전선의 연결을 찬찬히 살펴보던 선생님이 말했다.

“전선 배치는 바르게 된 것 같아요. 그럼 커넥터에 연결이 제대로 안 되었을 겁니다. 박스 열어서 찬찬히 확인해 보시면 바로 불 들어올 겁니다”

“와 진짜 복잡하고 쉽지 않네요”

“잘하고 계신 겁니다. 겁내지 않아도 됩니다. 연결이 잘못되었을 때는 다시 바르게 연결하면 되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지 마세요”

힘들다 전기는. 하나라도 잘 못 되면 불이 켜지지 않거나 전기가 흐르지 않는 ‘무늬만 콘센트’가 되어버리니까.

다시 찬찬히 전선을 타고 흐를 전기를 상상하며 연결을 매만졌고 우려와 달리 전등불은 환하게 밝혀졌다. 불이 안 들어오면 다시 확인해서 바꾸면 된다는 선생님의 말이 용기를 주었다.

“불이 안 들어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전기가 닿지 않은 겁니다.”




과제를 끝내고 나니 급속도로 피로감이 몰려와 나는 의자에 앉아야 했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다른 팀원들의 반짝이는 성공 물에 박수를 보낼 여유가 생겼다.

전기를 만진다는 것은 매 순간 두려운 것이었다. 어쩌면 배운다고 해도 직접 만져볼 엄두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려운 만큼 알고 싶은 욕구도 클 수밖에 없다. 위험한 것일수록 알아야 한다. 공포는 불확실할수록 더 커지는 법이니까.


긴 복도의 교차되는 스위치의 원리를 생각하다가 선생님께 질문하려고 했더니 같은 조원인 그녀가 조언한다.

“요즘은 유튜브에 다 나와요. 궁금하면 집 가서 한번 찾아봐요”

맞다. 유튜브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나도 좀 아니까. 그들의 단어를 이해하니까.

활선이 무엇인지 중성선이 무엇인지 접지선이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있고, 전등과 연결된 스위치에는 온 오프에 필요한 활선만이 들어가면 된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후에 내가 진짜 도전을 결심했을 때 기억이 희미하다면 유튜브의 도움이 유익할 것이다.


비록 벌써 그 연결의 복잡함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자신 있다.

원리는 익혔고, 다시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해도 그건 걱정할 일이 아니다.


나는 마중물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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