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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동 Aug 21. 2023

J 셋 사이의 P 하나 (2)

(전) 게하스텝들의 제주 당일치기

해화탕에서 쇠소깍으로 향했다. 차로 1시간이나 되는 거리에 흐릿했던 날씨가 서귀포는 햇빛이 쨍쨍한 날씨로 바뀌었다. 제주도 면적은 서울의 3배가 넘기 때문에 제주시의 날씨와 서귀포시의 날씨는 완전 딴판인 경우도 있다. 쇠소깍에 들어가기 전 하효쇠소깍해수욕장에서 잠시 바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제주시에서 바라보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검은 모래와 둥글둥글한 돌들이 가득 있는 파도가 강한 바다가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돌들을 쌓아놓았다. 우리도 질세라 돌을 높이 쌓아보았다. 



그 후 쇠소깍에서 카약을 타기로 했다. 쇠소깍 입구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는 장소에서 2인승 기준 2만원에 탑승권을 구매할 수 있다. 은근 사람들이 있어서 대기시간이 있었다. 구명조끼를 착용한 후 탑승장으로 이동하는데 울타리 너머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의 쇠소깍을 가는 길에도 볼 수 있었다. 카약을 타는 게 처음이다 보니 약간 떨리고 긴장되기는 했지만 막상 도착해서 사람들이 타는 걸 보니깐 나름 재밌어 보였다.


정해진 코스가 있기 때문에 주변 풍경들을 천천히 즐기면서 카약의 재미도 느끼면 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배가 많이 흔들리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보니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많은 시간 동안 깎여 내린 조각 같은 바위들과 바닥까지 보이는 깨끗한 물 사이로 보이는 물고기들도 보였다. 이렇게 자연을 느껴보니 왜 조선시대 선비들이 좋은 자연경관 속에서 풍류를 즐겼는지 알 것 같다.



하루를 알차게 보낸 사이에 저녁이 되었고 돼지고기를 먹기로 했다. 제주도 하면 생각나는 게 흑돼지인데 우리는 백돼지를 먹기로 했다. 흑돼지는 새끼를 적게 낳고 빨리 자라지도 못 하니 생산성이 비교적 떨어진다. 두 돼지의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게 그 이유이다. 사람들이 흑돼지를 조금 비싸도 사 먹는 이유는 지방이 더 고소하고 불포화지방산이 적기 때문에 더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차이를 잘 모르겠다. 3개월 동안 제주에서 지내면서 여러 고깃집을 가보았는데 고기의 품질은 전체적으로 다 좋다. 숙성고기나 생고기나 제주에서 자란 돼지들을 제주에서 바로 맛보니 고기의 질이 안 좋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기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고기와 함께 나오는 밑반찬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집이나 나오는 고사리 무침, 멜젓 등 고기와 잘 어울리는 밑반찬들이 맛을 더 살리는 것 같다. 이때 방문했던 고깃집도 명이나물, 콩나물무침, 갈치속젓, 파채, 쌈무 등 다양하게 곁들여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제주도 고깃집들 공통점이 직원분들이 고기를 직접 구워준다는 특징이 있다. 편하게 구워주면서 " 처음에는 소금에만 살짝 그리고 다음에는 멜젓에 찍어서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러한 멘트와 함께 서비스를 받으면 고기 맛과 이 가게 이미지도 좋아지고 다음에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밥을 든든하게 먹은 후 우리는 황우지해안 근처에 있는 선녀탕을 방문했다. 숲 속 안에 있는 계단을 한참 내려가다 보면 신선바위 아래에 에메랄드 빛깔의 천연풀장은 이름 그대로 선녀들이 왔다 갔을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밑으로 내려가서 가까이 가보니 거센 파도가 바위를 깎아서 만들어낸 천연 파도풀을 볼 수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안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날씨가 꽤 더워서 당장이라도 나도 수영을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구경으로 만족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며칠 뒤 이 황우지선녀탕은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다. 납득이 되었던 게 뭍까지 가는 길이 잘 정돈되어 있지 않아서 안전사고 위험이 보였다.



이제는 하늘이 어둑해지는 시점에 야간개장을 한다는 천지연폭포로 이동했다. 이렇게 관광지를 방문하다 보니 정말 제주도에 놀러 온 관광객(?)이 된 것 같다. 제주도에 내려온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게 하루를 관광명소를 보면서 돌아다니기는 처음이다. 천지연폭포는 '하늘과 땅이 만나서 이룬 연못'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가는 길까지 이어지는 냇가를 따라 이동하면 큰 규모의 연못과 시원하게 떨어지는 천지연폭포를 볼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도 다양한 불빛들을 이용해서 이쁘게 산책로를 구성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야경이 아름다운 새연교로 향했다. 새연교는 새섬으로 이동하는 다리이다. 모양새가 특이해 서귀포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지역명소 중 하나이다. 마침 우리가 딱 방문했을 때 배경음악에 맞춰 분수쇼와 화려한 조명들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되어있어서 우리도 운 좋게 잠시 자리에 앉아서 구경했다. 새섬에 올라서 사진 한 장을 찍으면서 우리의 당일치기 여행도 마침표를 찍었다. 



                    

제주도는 먼 길을 이동하지 않아도 대자연을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 제주시보다 서귀포에 특히나 더 다양한 박물관들과 자연경관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오기 전부터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아봤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들에게 혹은 이주민들 또는 제주를 여행하고 있는 관광객으로부터 다양한 맛집들과 관광명소들을 전해 듣고 여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제주에서 좋은 기억들을 많이 담아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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