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섬 특성상 사방이 바다이고 여러 방면에서 다른 매력을 가진 바다들을 볼 수 있다. 육지에서도 동해와 서해 그리고 남해가 다른 느낌을 주듯이 각 제주시와 서귀포시 그리고 동쪽과 서쪽에서 바라본 해안은 매우 다르다. 해수욕장 모래와 파도의 강도, 자연풍경 그리고 주변 분위기가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제주 공항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에 머무를 때는 바로 앞에 있는 해안도로를 많이 걸었다. 용두암에서부터 용마마을 정류장을 지나 어영공원까지 아침마다 뛰거나 저녁때 산책을 나가면서 게하에서 지내는 동안 이 해안도로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많았다. 특히 여자친구랑 이 도로를 걸으면서 서로를 알아가면서 사랑의 싹을 틔웠다. 이 도로는 비행기가 많이 지나다녀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을 볼 수 있다. 비행기가 많이 지나다닐 때에는 10분에서 15분 사이에 한 대씩 지나가고는 한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나도 따라 인증샷을 찍었지만 나중에는 비행기 소음이 심하다 보니 잘 들리지 않는 곳으로 피해 다닌다. 그래도 이때 처음 제주살이를 오면서 설레했던 감정과 아침마다 바다를 배경으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러닝을 하던 나를 추억한다.
제주 바다는 물이 정말 맑다. 충청남도에서 지내던 나는 바다를 보러 가면 서해로 자주 가는데 그때마다 봤던 바다는 아무래도 서해는 뻘이 많다 보니 정말 파도가 치고 물이 맑은 바다를 보기가 비교적 힘들었다. 그런데 제주도는 바다 색깔이 정말 예술이다. 그래서 가끔은 시원한 바다에 발을 담그면서 올해 여름 더위를 식혔다. 그리고 하루는 혼자 곽지해수욕장을 걸었다. 아직 해수욕장이 개장하기 전인데도 수영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다. 수영할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빠졌고 이때가 제주 와서 첫 수영이었다.
사진첩에 있는 바다들을 보면 가장 많은 게 해가 노을이 지고 있는 사진이 가장 많다. 어떤 날은 빨갛게, 어떤 날은 황금처럼 노랗게, 물감을 칠한 듯이 분홍색으로 아름다운 하늘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 비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아무 생각 없이 평온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항상 노을을 볼 때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다. 특히나 해가 지는 하늘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노을 지는 하늘을 볼 때 무슨 생각을 해?" 그러면 웃으면서 대답한다. "예쁘잖아! " 그리고는 갑자기 진지하게 다시 말한다. "하늘 아래 같은 노을은 없다." 처음에는 의아해서 나도 곰곰이 생각해보다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매일 볼 때마다 다르니 그 순간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바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제주살이 속에 우리가 걸어온 바다들을 소중하게 기억한다. 그 기억 속에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외딴섬이 있었고 매번 봐도 잡은걸 본 적이 없는 낚시꾼들이 있었고 매일 밤 밝은 빛을 내며 멀리서 열심히 일하는 배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