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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동 Nov 17. 2023

"내가 담배 피우면 적금 1000만원 너네한테 줄게"

금연 1년째

이번 주 월요일 11월 13일은 나의 생일이자 금연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나는 군대 안에 있을 때 끊어야 밖에 나가서도 끊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 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갑자기 금연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 확 끊으면 금단증상과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씩 줄여나가는 '절연'을 시도해 보았다. 하루에 평균 10개씩 피었으니 이번 주는 9개 다음 주는 8개 이런 식으로 조금씩 줄여나갔다. 하지만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법은 내게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더 감질났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 기분이었고 역효과를 막고자 시도한 방법이 오히려 또 다른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정말 담배에게 질질 끌려다닐 뿐이었다. 어느 날 책에서 "무언가 목표를 이루고 싶을 때 주변에 선언을 해라"라는 문구를 보았다. 그 이후 나는 군대에서 함께 자기개발하던 동아리원들에게 진지하게 선언했다.


"내가 담배 피우면 적금 1000만원 너네한테 줄게" 


N년차 흡연자였던 내게 담배는 습관이다. 말 그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하나 밥 먹고 하나 훈련장 이동해서 하나 뭐 했다고 한 개비씩.. 내가 있던 부대에서는 절반이 흡연자였기 때문에 또 누구 만났다 하면 한 개비씩 피웠다. 마치 인사 같은 거다. 내가 담배를 피우면 1000만원을 준다는 소식을 들었던 주변 사람들은 내게 담배를 권했다. 정말 악마의 유혹이 따로 없었다. 또 누구는 "비밀로 해줄 테니 한 대만 피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런 말에도 안 넘어가고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돈이다. 내가 복무하던 시기에 정부에서 시행하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은 전역할 때가 되면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을 포함하면 1000만원 가량이 되었기 때문에 금액 또한 현실적이었다. 


금연 일수를 배경화면으로 해놓았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암시하듯 다른 사람에게 금연을 권했다. "담배는 정말 백해무익해" 라면서 말하고 다녔지만 흡연자들의 기세를 꺾을 수 없었다. 같은 생활관 동생은 담배를 습관이 아닌 본인 의지로 핀다고 말했다. 자기는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말하며 담배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며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고 내게 말했다. 이 모습을 보며 "너는 이미 담배의 노예다. 의지박약이다."라고 말하자 그 친구는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정말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려고 핀다. 학연, 지연, 흡연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대화를 나누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친구는 금연을 시도 중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담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담배는 습관이다.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행동으로 먼저 나간다. 특히나 흡연자들끼리 같이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피우게 된다. 그래서 담배를 끊으려면 습관을 바꿔야 한다. 다른 습관으로 대체한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나에게 맞는 대체제가 중요한 것 같다."


누군가 "돈을 안 주면 그만이고, 몰래 담배 피우면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내게 묻는다면 당신이 거는 돈의 액수가 담배를 끊고자 하는 의지와 비례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 당시 나에게 1000만원이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돈이었다. 이 돈이 없으면 지금 생활하고 있는 제주에서의 생활은 꿈도 꾸지 못 했을 것이다. 나의 전 재산을 걸고서라도 금연을 성공하고 싶었다. 금연에 성공하고 싶으면 가벼운 마음이 아닌 당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담배를 피우는 만큼의 돈을 다른 계좌에 입금하기로 했다. 내년의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와 다가오는 새해에 다짐하는 단골 목표인 금연, 성공하고 싶으면 당신의 의지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언해 보기를 바란다. 아니면 당신의 생일에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평생 기억에 남는 생일선물이 될 것이다. 내가 올해 받은 생일선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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