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농장생활에 적응을 했을 때 한국인 동갑내기 친구 동희를 사귀게 되었다. 이 친구와 성격과 취향이 잘 맞아서 쉽게 친해지게 되었고 우리는 농장일을 마치고 같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같다 보니 공감대도 잘 형성되었다. 그리고 보통 한국인들이 워킹홀리데이를 올 때 빠르면 23살에서 24살 그리고 늦으면 28살에서 30살 즈음에 워홀을 많이 간다. 그래서 당시 유일한 스무 살이었던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가 많이 되었고 부족한 면들을 채워주었다.
나는 호주에 처음 갔을 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많이 떨리고 잘 말을 못 했고 어색했다. 나보다 몇 주 더 일찍 온 동희는 먼저 적응해서 외국인들과 잘 어울렸고 덕분에 나도 함께 어울리며 친해지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면허가 있었던 나는 중고차를 같이 구매해서 쉬는 주말에는 교외를 드라이브하고 근처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온몸으로 호주의 자연을 느끼면서 힐링하니 너무나 행복했다.
꿀 같은 주말 끝에는 또다시 고된 한 주가 시작되었고 농장에서 일하면서 먼저 88일을 채워 세컨드비자를 취득해 떠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여기 농장에서 나가서 여행하는 순간들을 꿈꾸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들을 보면서 부러움도 있지만 같이 일하고 숙소에서 보낸 시간들이 야속하게도 너무 빨리 지나갔고 보낼 때는 이미 정이 들어서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다음 만남을 약속하며 떠나보냈다.
시간이 흘러서 우리도 88일을 채웠고 마침내 농장을 떠나는 순간들이 왔다. 이제는 정들었던 친구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입장이 되니 더욱 아쉬운 마음이 컸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정말 어렵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즐거웠던 날들이 기억에 남는다. 슬픔을 뒤로하고 우리의 본격적인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