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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동 Nov 15. 2022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

고진감래(苦盡甘來)

호주로 워홀을 가면 처음에는 다들 농장에서 일한다. 현지인들이 일하기를 꺼려하는 직종인 제일 흔한 농장, 목장, 양식업, 공장 등 지정된 장소에서 일을 88일 동안 하면 1년 더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해준다. 다른 나라에서 워홀은 최대 1년까지 머무를 수 있지만 세컨드 비자를 취득하게 되면 최대 2년까지 있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장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각 농장을 돌아다니면서 본인을 고용해 달라고 얘기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방법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그래서 처음 갔을 때 농장 일자리를 구해주고 숙박도 가능한 곳으로 중개인을 통해서 가게 되었다. 이곳에 도착해서 내가 처음 일을 하게 된 농장은 망고농장이었다.


나무에 달려있는 망고들은 우리가 흔히 마트에 있는 과일 품목에서 볼 수 있는 황금빛의 노란색은 아니었다.




농장에 도착하면 농장주가 오늘의 할 일을 설명해준다. 호주 현지인들의 발음은 알아듣기 상당히 어려웠다. 시험에 나오는 영어 듣기 평가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다. 그리고 알아듣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을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알아듣는 척을 하고 같이 갔던 다른 외국인들이 하는 것을 따라 했다. 정말 모르겠다 싶은 것은 옆에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좋지 못 한 발음과 영어실력으로 질문을 하였고 그는 천천히 대답해주었다. “오늘 하는 일은 망고를 따는 작업이다. 그리고 망고를 따면 줄기에서 나오는 즙이 나오는데 독성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이 즙이 피부에 닿으면 손에 화상을 입는 것처럼 붉게 달아오르는데 매우 간지럽고 따가우니 딸 때 주의하라고 했다.”




나는 친절했던 그와 친해지고 싶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영어 표현을 총동원해서 대화를 시도했다. 몇 마디 안 되는 대화 사이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호주 생활하면서 생긴 첫 번째 외국인 친구 영국에서 온 그의 이름은 카일(kyle)이었다. 망고농장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그와의 인연은 여기서 시작했다.




일하던 중간 쉬는 시간에 나는 카일과 함께 망고를 서리해서 먹었다. 나는 이때 먹었던 망고의 달콤함을 잊을 수 없다. 현재까지 비교해봐도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이었다. 일이 힘들고 고되었던 순간에 먹어서 그런지 정말 설탕을 뿌린 단맛이었다. 정신없이 바쁘던 일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 농장주가 우리들에게 망고를 나눠주었다. 맛있는 망고를 또 먹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잠시 아까 몰래 먹었던 망고가 양심에 찔린 나는 카일과 눈을 마주쳤고 둘은 눈빛을 서로 교환하고 웃으며 망고를 가져가며 일을 마쳤다.



이제야 나는 농장에서의 88일 중 하루를 마쳤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휴양지에서 여행하는 나를 떠올리면서 지치고 힘든 감정을 추슬러본다. 그리고 하루하루 반복되는 평일이 끝나면 황금 같은 주말이 찾아온다.



호주에서 보내는 주말은 내게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보내던 나의 주말은 침대와 한 몸이거나 일어나도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나태한 삶을 보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도 대자연을 느낄 수 있다.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지친 나의 몸과 정신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한 주간 일에 지쳐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푸른 하늘과 초록빛의 언덕과 나무들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괴롭고 어려운 순간들이 찾아온다. 지금이 지치고 힘들어도 이겨내고 버티면 나중에는 더 밝게 빛나고 있는 여러분들을 찾을 수 있다. 일이 매우 힘들었던 농장에서 먹었던 달콤한 망고처럼 여러분들에게도 보상이 있을 것이다. 이번 주 목요일 수능시험이 있는데 수험생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만큼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후회 없이 마무리를 하고 찬란하게 빛날 여러분들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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