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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 Jan 22. 2023

 "I'll be back" 따위는 집어치워!

터미네이터 세상을 꼭 봐야겠어요?

지난 대선 때, 한 후보가 로봇개를 뒤집는 장면이 비윤리적이라고 논란이 된 적 있다. 

영상을 보면, 머리만 없을 뿐, 옷을 입혀 놓았다면 개로 착각할 정도로 살아있는 개와 거의 똑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었기에 단순한 성능테스트였지만, 비정해 보일 수도 있었다. 그와 유사한 테스트 장면이 유튜브에

꽤 많이 있었는데, 뒤집는 것은 그래도 양반이었다. 어떤 영상에서는 공을 집어던지고, 등 뒤에서 몽둥이로

내리치고, 발로 걷어차는 장면도 있었다. 그중 발에 차인 로봇개가 옆으로 밀리면서도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섬뜩함을 느꼈다. 

아... 드디어....

내게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터미네이터가 영화 속을 뚫고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것처럼 보였다.

그 로봇개의 등이나 머리에 공격용 무기를 탑재하고, 그 누군가를 죽이러 간다고 상상하면, 영상 속에서 봤던

것처럼 옆에서 말리고, 걷어차고, 때로는 붙잡고 늘어져도 로봇개는 제거 대상을 향해 묵묵히 나아갈 것이다.

영화 속 터미네이터처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영상 속 로봇개와 비슷한 로봇개의 등에 무기를 탑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그 로봇개와 거의 닮은 제품이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오백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로봇연합군이나 인간연합군 같은 큰 조직에서 사용했지만, 현실에선 민간인도 터미네이터 

개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무기는 스스로 구해야겠지만.    


                                             

언젠가 작동되는 저런 터미네이터를 만들어 파는 인간도 있을까요?

 

상상력을 조금 더 갖고 생각하면, 이젠 조폭들도 사시미 같은 칼을 들고 위험하게 설칠 필요가 없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드론의 경우 항공법의 제한을 받지만, 로봇개는 근처에 가서 풀어놓고 원격 조종을

하던지, ai를 탑재한 개에게 입력만 하면 된다. 

저 놈 가서 죽이라고...

인간과 바둑의 대결에서 놀라운 발전 능력을 보여준 ai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상상은 아니다. 

저 로봇개를 만든 사람들은 자신은 산업용으로 만들었지만, 혹시나 공격용으로 이용되어 인간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를 보면서 고민해 봤을까?


                                                                 

사람 죽이겠다고 이런 거 갖고 설치면 시대에 뒤 떨어진 조폭이 되겠죠?


영화 터미네이터 속에서 구현된 세계에 모순은 있다. 로봇이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제거한다는

설정은 로봇에게 그럴만한 욕망이 있을 개연성이 거의 없기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돈이

되는 기계를 맹목적인 기술 발달에 의지해 무차별 개발한 뒤, 인간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는 어쩌면 너무나 비슷해 보인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축복을 주기도 했지만,

전쟁 양상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게 만들었고, 인간이 받는 피해 또한 막대해진

것도 무분별한 기술 발전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게다가 인간이 직접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전쟁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순간 느끼는 딜레마 같은

것은 없다. 그냥 눈을 꾹 감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전쟁 같이 살인에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엔

 로봇을 이용한 공격은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행위를 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게 된다.   


                                                             

영화 터미네이터 1편과 2편 모두 명작이지만, 난 1편이 훨씬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근래에 1,2 편을 모두 다시 본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1편은 암울한 디스토피아와 그곳에서 보낸 압도적 빌런인 터미네이터가 등장하고, 거기에 대항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터미네이터 영화를 떠올리면 그 압도적인 추격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2편을 봤을 때에도 큰 스토리에서는 1편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좋은 영화나 소설은 몇 번을 다시 봐야 한다.

예전에는 그저 오락액션으로만 봐서 놓쳤던 영화의 메시지를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2편은 세계관을 확장한 뒤, 더욱 강력해진 터미네이터와 대항하는 와중에도 다가올 암울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하는 영화다. 단순히 자신들을 제거하기 위한 터미네이터와 싸우는 것에만 집중한 

영화였다면, 2편의 후속작 들처럼 맥 빠지는 영화가 됐을 거다. 암울한 미래가 오기로 약속되어 있지만,

그 또한 우리가 노력한다면 그런 지옥 같은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기에 영화가 개봉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로봇기술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터미네이터를

언급하며 우려하는 것이다.

    

국가 간의 기술 경쟁은 바로 돈이 되고, 그것이 국가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워 독립성을 키울 수 있기에 로봇의 발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상당한 기술이 군사용에서 나온 점을 생각하면, 어쩌면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의 등장은 결코 막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 현재 전 세계가 갖고 있는 무기의 위력이

엄청난데, 거기에 땅에서는 로봇이 하늘에서는 드론이 날아다니며 공격까지 벌어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어쩌면 앞으로의 전쟁은 모든 것을 소멸시킬지 모른다.


무분별한 기술개발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세계가 모두 힘을 모아

환경을 지키려 노력한다. 작년 여름, 유럽에 이례적인 폭염과 올 겨울의 기이할 정도의 따뜻한 날씨는

우리를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편의점에서조차 물건을 담아갈

봉투를 주는 것도 아니고, 판매조차 금지시켰다. 미량의 플라스틱이라도 배출을 막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늦은 뒤에 극복은 너무 힘들다. 

로봇의 발달도 더 늦기 전에 사람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미리미리 제한을 두어 우리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이제는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 잡는 로봇이라니..


인간 앞에서는 절대복종하는 기술을 국제표준기술로 로봇마다 의무적으로 심어놓게 하는 것은 어떨까?

거기에 더해 로봇을 군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준하는 국제제제 기준을 정하는 

것은 어떨까? 나만의 망상일까? 


미래의 어느 날, 로봇개 따위가 다가와서 나를 위협하다가 배터리가 부족해서 오늘은 물러가지만, 

나중에 보자면서,

"I'll be back!"

이라고 지껄이며 나를 올려다보면, 

삐이익 하는 경고음이 울리면서 로봇개의 작동이 갑자기 멈춘다. 로봇재난청 같은 곳에서 나를 위협한

로봇을 제거하기 위한 또 다른 터미네이터가 구급대와 함께 출동한 뒤, 내게 다가온 터미네이터가

"혹시, 이 개새끼가 I'll be back이라는 말을 지껄이며 선생님을 위협했습니까?"

라고 물으면, 난

" 저 개새끼가 날 죽이려 했어요!"

라고 울부짖으면 터미네이터가 나를 다독이며,

"괜찮습니다. 저 개새끼를 당장 터미네이트 하겠습니다.:

하며 작동이 멈춘 로봇을 때려 부순 뒤, 나를 구급대에게 맡겨 몸 상태를 확인하고 사라지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그런 얌전하고 친절한 터미네이터가 존재하는 세상을 꿈꾼다면 너무

바보 같은 상상일까? 웃기지도 않는 상상이지만, 로봇이 존재하는 이유는 나의 이런 

바보 같은 상상 속 상황이 미래 로봇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ps: 이 글 쓰면서 마지막에 맞춤법 검사를 이 프로그램으로 검증했다. 이거 일종의 ai 맞지요?

      그냥 프로그램일 뿐인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맞춤범 검사를 ai 비슷한 프로그램에 

      맡겨 검증하고 나니 헛소리를 참 한심하게 길게 늘어논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뭐지?

      원래 문명발전은 이런 식으로 생활 속에 무의식적으로 침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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