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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 Feb 03. 2023

아저씨가 아직도 20대인 줄 아세요?

아저씨의 미덕은 절제예요.

“오늘밤 죽자!”

20대 시절에 술 사 먹을 돈도 별로 없으면서,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내뱉은 말이었다. 일종의 호기였는데,

나만 이런 쓸데없는 호기를 부린 것은 아닐 거다. 이 말을 영화나 tv에서 많이 봤으니까..

20대 때, 평소에 주량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보면, 소주 1병 먹는다고 너스레를 떠는 인간들 많았다.

“술 쎄시네요.”

“아니에요. 약해요. 그냥 버티는 겁니다.”

당시엔 소주가 다 25도였으니 소주 1병이면 정말 센 거였다. 물론, 1병을 정신이 거의 나가 비몽사몽간에

 마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25도짜리를 그렇게 마신 거면 어쨌든 센 거다.

그런데, 막상 술을 마시면 상당수의 녀석들이 1병이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계속 퍼마신다.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오늘 밤 죽자는 식으로 호기를 부린다. 그렇게 퍼 마신 뒤, 물론 다음날 초주검이 

되어 인간의 형상이라고 할 수 없을 몰골과 축 늘어진 오징어가 되어 폐인 상태로 한 나절을 보낸다.

그러다, 저녁노을이 너울너울 지기 시작하며 어둠이 내려앉을 때쯤, 원기가 회복되면서 다시 술 한잔이 간절히 생각난다. 그게 다 젊어서 그런 거다. 그렇게 익힌 술은 직장을 갖고도 계속 그런 식으로 이어져 지각, 

결근, 조퇴 등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만, 몇 번 혼나고 직장생활 리듬 패턴에 맞추어 적응을 해내간다. 

원래 인간이란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동물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퍼마시고도 정신이 없는 상태로 집에 돌아오는 것처럼 다음 날 아침, 회사에도 어쨌든

정신없는 상태에서 출근을 한다. 물론,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음주능력이 사회와 조화를 이룬 

상태라고 하면 억지일까? 아니면, 개소리일까? 지금의 40대와 50대가 사회생활을 할 때는 그렇게

술을 잘 마시면서 꼬박꼬박 출근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말까지도 40대의 돌연사에 대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왔었다. 근래 들어서는 그런 뉴스가 별로 

없는 걸 보니 평균수명이 늘어서 요즘 40대는 예전 40대와는 달리 내구성도 남달라 진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내구성이 예전보다 좋아도 완전하지는 않을 거다. 분명, 그 내구성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 균열이 갈 거다. 인간이 분명 로봇은 아니니까.. 로봇도 오래되면 망가진다. 

전문용어로 감가상각이라고도 하던가?? 


나이를 먹은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애 같은 사람 많다. 애들처럼 이기적이고,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난리를 친다. 애들과 다를 것 없는 행동패턴이다. 그런데, 속이 깊고 성숙한 사람들도 애처럼 행동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술 먹을 때다. 처음엔 점잖다. 술이 조금 들어가면 예전모습 그냥 다 나온다. 

친한 친구와 마시면 확실하고, 직장상사나 동료도 '아 저 친구는 20대 때도 저 따구로 술 마셨겠군 ‘ 짐작이 

간다. 많은 사람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살 던 방식 그대로 산다. 

술 같은 경우엔 중독된 상태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젊은 날처럼 마시는 인간들은 꽤 많다.

몸은 40대가 되었지만, 술은 20대처럼 마시려고 한다.


하지만, 40대가 되면, 예전처럼 마구 술을 퍼마시기가 쉽지 않다. 일단, 몸이 예전처럼 한 나절 자고 나면 확 

정상으로 돌아오던 20대와 달리 회복이 된 것 같은데도 뭔가 다 정상으로 온 것 같지 않다. 

가끔은 아주 개운하게 돌아올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좋은 안주를 충분히 먹고, 아침에 쾌변을 본 날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20대 시절과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자제를 하며 마시는데, 안타깝게도 자기 의지 라기보다는 몸이 안 받아서

그런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 버릇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다. 술이 잘 받는 날은 어린 시절 그때처럼

내일이 안 올 것처럼 퍼 마시기도 한다.

내 경험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니 소수의 사례라고 해도 실제의 인물의 경험담이니 어느 정도 신뢰해도

된다. 나처럼 한심한 인간형도 꽤 있을 테니까.

이렇게 나이 생각 안 하고 젊었을 때처럼 마구 마시면 몸이 망가지는 거다. 스스로도 약간은 느낀다.

하지만, 그냥 무시한다. 아직, 나 20대처럼 젊고 튼튼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은 거지...


40대가 되면 친구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혼자 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남자의 능력이 아파트 평수나, 자가냐 전세냐 등 가시적으로 드러나면서 친한 친구들과도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능력위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친구가 새로

생기는 경우도 많지 않다. 내 능력 수준과 비슷한 인간에다가 친구라면 나이가 같아야 하고, 내가 

한 살이라도 어리면 형님으로 모셔야 하니 부담스럽다. 상대가 한 살이라도 어리면 내가 형님 대접을

받으려니 누가 접근하려 하지도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는 외로워질 수밖에 없고, 그 외로움을 달래주는 게 술이라고 합리화하고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혼자 마시는 술은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마시는 술과 달리 술 자체를 본격적으로 즐기게

된다는 점이다. 중독의 지름길이다. 그렇다고 늘 혼자만 마시면 스스로 조절하면서 마시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니 여전히 밖에서도 마신다. 사실상 술과 늘 함께하는 생활이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여기서 절제가

필요하지만, 혼자 마시기 시작하면 절제라는 것이 쉽지 않다. 이미 중독에 접어든 상태다.


중독은 숙주를 배려하는 아량 따위는 없다. 몸이 망가지든 말든, 그냥 쭉 달린다. 

40대가 넘어서면 회복력이 떨어지는데, 그냥 중독되어 몸이  망가지는 거 생각 않고 관성되로 마시고, 

회식이 있거나 비즈니스 차원에서든 또 마신다. 

아마도 20대가 그렇게 마셔도 몸 망가질 거다.

많은 40대 이상 남자들에게 술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냥 20대처럼 철없이 술 마시는 사람 

너무 많다. 그러다, 탈이 나고 극단적으로는 요절하기도 하는 거다. 나이를 먹으면 자기 몸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아낄 줄 알아야 하고 좀 더 조심스럽게 몸을 사용해 주어야 한다. 불혹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기 절제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그것은 철없이 몸을 함부로 굴리지 

말라는 뜻도 있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 운전면허 학원에 다닐 때, 이미 면허를 취득한 친구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진짜 잘하는 운전은 브레이크를 잘 밟는 거야.” 라며 어느 유명한 명사의 말을 인용해 선배로서 한 

가르침을 주었다. 비단 운전만 그런 것은 아닐 거다.

인생에 많은 부분들에 있어 우리는 관성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살아간다. 특히, 담배나

술의 경우 제 때에 브레이크를 밟아주기 쉽지 않다. 

그러다 탈 나는 거다.

대부분 문제가 생긴 뒤, 뒤돌아보면 일은 이미 발생했고 때로는 돌이키기 힘들 정도의 사태가 

되어 있기도 하다.


                                                                         

나이 들어서도 무차별적으로 액셀을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옆에 브레이크가 소중한 자신의 자산입니다.


나이가 들면 건강에 대해서 염려를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어릴 때 몸에 밴 나쁜 습관을 그대로 행한다. 

그리고, 아직 자신 있다면서 함부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그게 아직 젊다는 반증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마흔 살이 넘는 나이는 무모하게 젊음을 흉내 내는 나이가 아니라 삶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나이다. 40대 이후, 삶의 질은 어쩌면 절제가 좌우하는 것인지 모른다.

 불완전한 인간이 마흔이 넘으면서 비로소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고 겸손하게 절제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완성해 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나이 들었다고 누구에게 훈계할 궁리만 할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절제할 줄 알 때, 중년의 품격이 나오는 것이다.


이상, 반성문이었습니다. 앞으로 겸손하고 절제된 삶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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