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양치를 하다 왼쪽 뒷 목에 담이 걸린 망갱이는 '재수가 없네'라고 중얼거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망갱이는 원래 어려서부터 담에 자주 걸려서 어른들한테 '너는 무슨 애가 벌써부터 담에 걸리냐'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그 후로도 잠을 잘못 자거나 그냥 삐끗하면 걸리고 대충 소염진통제 한 알과 근육이완제 한 알을 서너 번 먹어주면 이틀 안에 낫는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변은 쉽게도 찾아왔다.
3~4일이 지나도 통증은 목과 등을 타고 넘어 반대쪽도 심해지더니, 약을 먹어도 너무너무 아픈 게 지속됐다.
뒷목과 등 전체가 쑤시듯이 아프고 가만히 있어도 아파서 마치 통증을 업고 사는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버티다가 가까운 정형외과에 왔다.
평소에 걸리던 담과는 뭔가 다르다고 말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말했다.
몇 푼 안 하니까 찍어봤는데 원래 일자목이었던 내 목이(일자목도 안 좋은 건데...) 이젠 역 C자 목으로 꺾이듯이 변형되었다. C 자형은커녕 역 C자라니 이러다 목이 완전히 꺾여버리는 거 아닌가...
왼쪽부터 정상 C자형 목 / 일자목 / 거북목 / 역C자형 목
C자형 목이 외부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데 역 C자형 목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서 머리 무게(6kg 정도인데 충격 흡수를 못하면 27kg의 힘이 전해진 다고 한다...)와 외부 압력이 그대로 근육에 가해지게 되고 그 스트레스가 근육에 계속 쌓이면 신경을 건드려서 지금처럼 뒷목과 등, 팔까지 전해져 오는 요상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타 왔다. 엄마는 '너 자세 때문에 그럴 줄 알았다'며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른 자세의 중요성은 나도 아는데 잦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굽은 자세가 습관이 되어 버렸다.
하루 종일 하는 거라곤 핸드폰, 태블릿, 책 등을 고개를 숙여서 보거나 쓰는 자세니... 몸이 디스크 걸리기 전 경고를 주는 것 같았다. 근데 단순 경고라기엔 너무 아파...ㅠㅠㅠ
나는 예전부터 이상한 습관이 하나 더 있는데 병원에 다녀와서 약을 타 오면 꼭 집 근처 김밥이 땡긴다.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김밥집인데 물가와 함께 가격이 많이 올랐어도 여전히 맛있긴 하다.
치즈김밥을 한 줄 사 와서 아점으로 먹고 약을 먹었다.
집 앞 김밥집의 치즈김밥. 치즈가 두툼하니 맛있다
약을 먹으면 아주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으면서도 다시 아파진다.
이참에 자세 교정에 힘써야 될 것 같다. 한 곳이 무너지니까 골반도 고관절도 온몸이 삐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