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한인생갱생 Jan 15. 2023

[고시원14] 빌런이 나타났다

벨소리 제목이 오묘하다



내가 사는 고시원은 2층과 3층으로 운영된다.


1층은 공용주방과 세탁기, 총무님 사무실 등이 있어서 택배도 받아주시고 세탁물도 말린다.

3층은 남성 어른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2층은 아예 학생들과 여성분들만 산다.+총무님


학생들이라고 해도 주변에 재수학원을 다니는 다 스무살 초반이다. 이 말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 (망갱이는 계묘년 스물여섯이 되었다...ㅜ)

이럴 듯 학생 입주자가 대부분이라 평일에 아침 7시 반에 나가서(재수학원 등원시간이 8시) 밤 10시 10분쯤에 들어온다. 거의 하루 종일 비우기 때문에 나는 매우 조용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민폐도 안 끼친다. 그들은 당장 엄마품을 떠난 지도 얼마 안 됐고, 치킨이나 마라탕을 시켜서 혼자 먹는 등, 누릴 수 있는 작은 일탈에 매우 행복해하고 있을 거다.

그래서 이 고시원이 만점인 듯했다. 하지만 어딜 가듯 빌런이 있었으니...




옆방 여자아이는 밤 10시에 하원을 하면 꼭 누군가와 전화를 하는데(듣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고시원은 원래 다 들린다) 불평 어린 말투로 보아 아마 재수생활의 푸념 같다.

이 친구는 20분 정도 전화를 하므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량진 고시원의 온갖 빌런으로 다져진 나에겐 이 친구는 빌런이 아니다.



진짜 빌런은 이 옆방 친구도 총무님께 고할 정도로 심했던 알람 빌런이다.

총무님 말로는 남학생이라는데 공부는 안 하고 낮에 놀다가 밤에 알바를 하는 것 같다고 한다.

밤에 알바를 하고 오니 특히 주말아침에 알람을 들어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몇 번 울리다 끊기면 좋겠지만 그 시간이 기본적으로 1시간은 넘긴다. 1시간이 뭐야, 2시간은 꼬박 울린다.

민원이 많이 들어오자 총무님이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드렸지만...... 절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하긴 온 고시원에 울리는 시끄러운 알람을 바로 옆에서 2시간을 들어도 일어나지 않는데 문을 두드린다고 일어날까... 잠귀가 밝은 나는 신기했다.






총무님은 마주치면 말해야겠다며 포기하고 가셨다.

아직도 울린다. 벨소리는 갤럭시 기본 벨소리에 있는 Homecoming 이란 소리이다.

아마 다들 들어본 알람일 텐데 2시간 내내 울리다 보니 이젠 환청을 듣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고시원13] 주말 친구들 만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