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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짹짹 Dec 10. 2020

후회 없이 살고 싶어


낭비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게 시간이든 돈이든 낭비는 인생 최대의 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 품에 안겨 의미도 재미도 없는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것은 낭비가 아니다. 친구들과 방향도 없는 수다를 목이 쉬도록 떠는 것도 낭비가 아니다. 하지만 3개월 간 준비했던 시험에서 낙방한 것, 결국 사지도 않을 가방 쇼핑을 두 시간 내내 한 것, 과거를 곱씹으며 그때 이렇게 행동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 속에 빠지는 것. 이것들이 나에게는 낭비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낭비를 도무지 멈출 수가 없다. 무엇보다 후회의 늪에 빠지는 낭비에서 쉽게 헤어져 나올 수가 없다.


그때 세상을 무서워하지 않고 집 밖으로 당차게 나갔더라면, 좋아하는 마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고백했더라면, 너에게 상처가 될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수도 없이 내 행동을 후회한다. 후회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 후회에서 무엇이라도 발견하기로 다짐했다. 후회에서 멀어질 수 없다면 후회, 너한테서 무엇이든 득이 되는 걸 뽑아내고 말 테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명한 짤이 있다. <다큐멘터리 3일(KBS2)>의 인터뷰였다. "기차를 타고 뒤를 돌아보면 굽이 굽어져 있는데 타고 갈 때는 직진이라고 밖에 생각 안 하잖아요. 저도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굽어져 있고 그게 인생인 것 같죠." 많은 이의 공감을 샀기에 인터넷에 오랫동안 화자 되었겠지. 다들 그런가 보다, 그 순간에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을 텐데. 왜 우리는 그 당시의 우리를 용서하지 못할까.




이 분의 말을 반대로 뒤집어도 많은 이의 공감을 샀을 것이다. "삐뚤빼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오히려 곧은길을 걸어왔고, 그게 인생인 거 같죠." 후회의 순간들이 언젠가 지금 이 길로 오게 한, 감사의 순간들이 되기도 한다. 아직도 후회스러워 한탄스러운 마음이 드는 일이 있는가 하면, 그 실수가 그 탈락이 그 미련이 감사하게 지금의 이 자리로 오게 만들어 준 경이로운 일이기도 하다. 전자를 최대한 후자로 만들기 위해 후회들을 연재한다. 후회가 경이의 전당에 오르기를, 우리 모두의 후회가 뒤 돌아 곧은길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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