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절대'라는 게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다. "네 말을 절대 안 믿어.", "미역국 맛없어. 절대 안 먹어.", "나는 절대 대학원은 안 가.(하하)" 내가 내뱉던 절대가 뒤집히는 숫자가 많아질 때마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점점 옅어져 갔다. 지금은 절대라는 말을 절대 함부로 하지 않는다.(하하 2) 나의 절대가 와장창 깨진 스토리 들려드리리.
스포츠를 도대체 왜 보는지 이해가 안 갔던 시절이 있다. 공 하나 놓고 열댓 명쯤 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만 하는 걸 도대체 왜 보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규칙이 어찌 됐든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스코어가 높으면 이기는 스포츠 게임을 왜들 그렇게 좋아하는지.
그럼에도 가끔 봤던 스포츠가 있었다. 월드컵과 올림픽 그리고 한일전. 스포츠가 재밌어서 봤다기보다는 우리가 이기는 걸 보고 싶어서 봤다. 경기 규칙도 잘 모르면서 우리가 이기면 환호했고, 우리가 지면 잡치는 기분을 맛봤다. 식사 시간에는 TV 보는 걸 허락하지 않던 엄마가 유일하게 TV 앞 식사를 허락한 시간이어서 그랬을까. 이길 때면 맛보던 환희의 기분을 느껴서 그랬을까. 그때만큼은 스포츠 보는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 외의 경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고, 아빠가 스포츠를 틀 때면 엄마랑 안방에 가서 드라마를 봤다. 그러던 내가 스포츠에 단숨에 미쳐버렸다. 시작은 부부젤라 소리가 귀에 참 거슬렸던 2010 월드컵이었다. 아르헨티나와 우리나라의 조별 경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당연지사 대한민국을 응원하던 중에, 상대팀에 저게 인간인가 싶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리오넬 메시(Lionel Messi)였다. 축구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저건 해도 너무 잘한다 싶었다. 메시의 플레이에 단숨에 매료되었다. 넋을 놓고 TV를 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르헨티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게 4대 1이란 패배를 안긴 상대팀 선수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메시의 소속 클럽인 FC바르셀로나 경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우리와 시차가 8시간이나 난다. 새벽 3시, 4시에 일어나야 생중계를 볼 수 있다. 다행히 놀고먹는 대학생 시절이라 내일 일정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알람을 맞춰놓고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봤다. 모두가 자고 있는 시간에 탄성을 지르다 아빠한테 혼이 나기도 했다. 그 새벽에 눈물이 찔끔나도록 혼났다. 그래도 아빠는 내가 스포츠를 보기 시작하니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빠가 리모컨을 쥐면 안방으로 달려갔던 내가, 아빠와 나란히 앉아 스포츠 얘기를 했다.
일주일에 두어 번 하던 리그 경기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시즌을 거슬러 올라가 경기를 봤다. 09-10 시즌, 08-09 시즌, 07-08 시즌 경기에서부터 챔피언스리그, 각종 컵 리그, 생방, 녹방, 재방을 모두 점령했다. 그래도 목이 말랐다. 테니스에 야구까지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세르비아의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의 시원시원한 플레이에 테니스의 세계까지 발을 들였다. 테니스는 축구보다 알아야 할 규칙이 많았다. 아빠한테 물어보고, 네이버로 검색을 해가며 봤다. 테니스는 축구와 달리 한 번 시작하면 4~5시간이 넘도록 길어지기도 했다. 주야장천 TV 앞에 앉아있으니 엄마한테 좋은 소리는 못 들었다. 핀잔을 들으면서도 아빠랑 같이 앉아 서로의 핑계를 대며 리모컨은 넘기지 않았다.
절대를 놔버리니 귀한 취미를 얻었다. 위의 'Never Say Never' 경험담은 매우 해피 엔딩이다. 'Never Say Never' 경험담이 아주 많은 나로선, 새드 엔딩에 호러 스토리까지 썰이 매우 다양하다. 이로 가나 저로 가나 같은 목적지라면, 꽃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 절대를 믿지 말자. 그 절대가 때론 나의 발목을 잡고, 손목을 잡고, 눈까지 가린다. 한 꺼풀의 생각을 벗어던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노력하자. 시간과 편견이 씌운 절대를 벗어던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