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책을 추천받을 때는 꼭 상대방의 취향을 먼저 파악한다. 우리는 참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조금이라도 그 오차를 줄여보고자. 내 미드 취향은 아래와 같다.
ㅣ무인도에 딱 3개의 드라마를 가져갈 수 있다면
<오피스(The Office)>
<팍스 앤 레크레이션(Parks and Recreation)>
<프렌즈(Friends)>
남을 웃긴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미묘한 완급 조절 끝에 허를 찔러야 하는데, 서로의 선이 어디 있을지 어찌 알고 찌르냔 말이다. 더군다나 그게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미드를 보며 웃기 시작한 건 <프렌즈>가 처음이었다. 그나마도 반은 이해하지 못한 채 방청객의 웃음소리에 따라 웃었고, 이해가 안 되는 건 찾아가며 봤다.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브루클린 나인-나인(Brooklyn Nine-Nine)>을 보면서 이해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건 상황과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한 웃음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정과 사랑과 열정이 적절히 버물어져 감동도 간간히 느낄 수 있다.
사실 <브루클린 나인-나인>의 주인공인 앤디 샘버그(Andy Samberg)의 개그가 오버스럽고 부담스러울까 걱정이었다. SNL의 크루로 이름을 알린 그의 '병맛' 코드는 딱 SNL에 적절하지, 드라마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브루클린 나인 나인>에서의 '병맛' 코드는 1/10 정도로 줄여놨다. 한 번도 잘생겼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샘버그가 잘생겨 보일만큼 멋진 캐릭터를 그려냈다.
일주일 만에 <브루클린 나인나인> 4.5 시즌을 정복했다. 0.5 시즌이 남은 탓은 시즌1의 10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캐릭터들의 특색이 자리잡지 않아 어색하다. 시즌2부터 봐도 전혀 무리가 없으니, 시즌2부터 주행하기를 추천한다.
ㅣPoint 1. 맛깔난 캐릭터들
- 칼도 씹어먹을 것 같은 로사
- 사이코패스인가 싶지만, 마음 따뜻한 캡틴
- 규칙&서류&캡틴 중독인 에이미
- 뇌는 거둘 뿐인 지나
ㅣPoint 2. 너무 얕지 않고, 너무 깊지 않은 스토리
자기 일을 사랑하는 경찰들의 이야기. 진부할 것 같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다. 미국 경찰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마약, 테러, 살인 등 소재는 비슷하나, 이 캐릭터들이 그리는 이야기는 남다르다.
시즌2 / 13화 : 별장 휴가를 떠나는 '브루클린 99'팀. 떠나기 직전 제이크는 ‘흑인에다 게이인 캡틴’이 단 한 번도 동료들끼리의 휴가에 초대된 적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차별받았던 캡틴의 과거를 위로하고자 별장 휴가에 초대한다. 하지만 상사와의 휴가가 즐거울까?
시즌3/ 11화 : 불임인 찰스는 여자 친구와 아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전부인에게 냉동 정자가 인질로 잡혔다. 전부인이 원하는 건 '협박'이다. 전부인이 얼마 전 차사고를 냈다. 할아버지를, 그것도 벤치에 앉아있는, 그것도 신부님을 차로 치고 고소를 취하하도록 만들어달라고 한다. 안 그러면 정자는 없다. 미래의 내 자식? 사회의 정의?
시즌5 / 1화 : 은행 강도 누명을 쓰고 감방에 갇혔다. 전직 경찰이 감방에서 살아남으려면 동료를 만들어야 한다. 제이크의 감방 메이트는 '식인'을 하다 잡혀온 사람이다. 그것도 아기들만 잡아먹은. 너랑 편 먹을 순 없지만, 우선 살고 보자.
ㅣPoint 3. 버라이어티한 출연진들
<오피스>나 <팍스 앤 레크레이션>, <SNL> 등 익숙한 얼굴들이 카메오로 자주 등장한다. 유독 카메오가 많이 등장한다. 흐름을 끊지 않고, 양념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카메오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