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중등, 고등, 대학교를 거의 한 동네에서 다녔다.
우리 동네는 내게 세상이었다. 친구들과 늘 함께할 수 있는 세상.
우리는 학교에서도 함께, 학교 끝나고 학원에서도 함께, 집에 가는 길에도 함께였다.
하지만 대학교는 달랐다. 전국적으로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같은 도시 혹은 같은 학교라도, 과가 다르니 마주칠 일이 없었다. 친구란 당연히 늘 곁에 있는 존재였는데 연락을 하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연락만 하면 닿을 수 있었다. 이 간단한 원리를 오랜 친구 하나를 잃고서야 깨달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옆에 있는 사람들끼리에게만 통하는 말이었다.
우린 이제 늘 함께할 수 없는데, 네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말하지 않아도 알턱이 없었다.
게을렀다. 친구한테 잘 살아? 하고 연락하는 게 뭐가 어려운 거라고.
소중한 친구를 잃고도 나는 여전히 게을렀다.
당장 옆에 사람들이 있으니 외롭지 않았고, 꿈을 찾아 방황하며 세상에 치이느라 바빴다.
20대에 힘들었던 시기들이 있었다. 두 번의 고비 동안, 나 자신도, 곁에 사람들도 돌볼 수 없었다. 최소한 친구들에게는 그 이유는 설명했어야 했다. 이유를 말하는 것조차 고통이었다는 변명으로 내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 친구들은 내 곁에 남아줬다. 고비고비를 넘을 때마다 내 곁에서 안부를 물어준 사람들. 옆에서 나를 돌봐준 사람들.
이제 은혜 갚는 까치가 되어. 그들의 안부를 묻고 다닌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속 썩이던 남자 친구랑 사이는 좋은지, 그때 같이 가자던 거기는 언제 가는 게 좋을지.
내 곁을 지켜준 너희들에게 고마워.
너희들의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