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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Aug 14. 2024

행복의 감각

24-08-03


이번 주 ‘목금토일’은 요가원 휴가다. 늘 가던 시간에 요가를 못 가니 허전하다. 다들 어디론가 떠난 여름휴가 기간이지만 나는 주말에 남자친구랑 노는 것 말고는 별다른 계획도 약속도 없다.


어제 금요일 저녁, 늘 요가를 가던 시간에 집 근처 초등학교에서 걸었다. 혼자 달리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결국 50분 걷고 5분 뛰다 왔다. 히히.. 역시 나약한 나를 푸시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평일 저녁에는 수업 또는 요가 이외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오랜만에 혼자 평일의 밤공기를 쐬며 땀을 쫙 빼고 오니 기분이 좋았다. (평일 밤과 주말 밤공기는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 평일 저녁의 자유… 소즁해..) 요즘 소홀히 했던 여름 밤하늘을 실컷 올려다보기도 했고,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따라 트랙을 뱅글뱅글 돌기도 했다. 이런 비생산적이고 평범한 시간들이 점점 더 귀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토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남자친구랑 돈까스를 먹으러 갔다. 야외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눈을 뜨기 힘든 정도의 땡볕에 더운 숨이 훅 들어와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수업하느라 실내에 주로 있으니 이번 여름이 이렇게 까지 더운지 실감하지 못했다. 이번 여름 역대급이란 말만 들었는데 진짜다. 이 날씨에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 정말 너무 힘들겠구나, 나는 정말 편하게 먹고 사는구나 생각하는 와중에 주차 관리하시는 아저씨께서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했다.


단단한 등심돈까스의 맛은 아주 흡족했다. 까슬한 튀김 때문에 입천장이 많이 까졌지만 익숙한 일이라 괜찮다.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느끼며 우연히 발견한 근처 작은 카페에 갔다. 나는 새로운 동네, 새로운 카페에 가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특히나 기대 하나 없이 들어간 공간이 마음에 쏙 들어버리면 그날의 행복지수가 쭉쭉 올라간다. 오늘의 카페도 꽤 만족스러웠다. 채광 좋은 넓은 창 앞에 앉아 디저트를 먹으며 남자친구와 재잘재잘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우리의 수다스러움과 깔깔 웃음이 나는 너무 좋다.


“우리는 행복을 쉽게, 작은 것에서도 잘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돌아오는 길에 남자친구가 한 말이다.


행복은 정해진 모양이 없기에, 오늘의 내가,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빚어내느냐에 달려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빚어낸 행복의 감각이 내 것과 많이 닮아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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