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23 | 아쉬탕가 요가일지
9월 마이솔 재등록을 하지 않은 이후로 주 5회 요가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요가는 재미있지만 올해 상반기만큼의 성취나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무더웠던 여름 뚝뚝 떨어지는 땀을 닦으며 수련에 열중하던 내 모습이 벌써 멀게 느껴진다.
열정(처음)-권태(중간)-지속(끝)
이것을 어떤 일의 일반적인 흐름이라 보았을 때, 나는 지금 중간 지점, 즉 약간의 권태기에 와닿은 건지도 모르겠다. 3월엔 일요 마이솔, 6월엔 주 6일 요가를 시작했다. 약간은 진중해진, 한층 ‘수련’에 가까운 형태가 되면서 의무감과 강박이 조금 생겼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렇다. 수련 빈도가 높아진 만큼 파열된 햄스트링의 통증도 나을 기미 없이 점점 더 심해졌는데, 그럼에도 절대 멈출 수는 없는 것은 집착에 가까웠다.
그러다 코로나에 걸렸다. 이후엔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5주 정도의 휴식기를 가졌다. 처음엔 쉬는 게 두려웠다. 조금 있으니 햄스트링 통증이 사라졌다. 요가를 하지 않아도, 복귀를 한 이후에도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요가를 시작하고 한 달 즈음 지났다. 다리는 또 아프다. 하지만 예전만큼 열정적으로 수련하지는 않는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거나 일이 있으면 하루정도 결석하는 일에 조금은 관대해졌으며 전처럼 아사나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오늘 수련 중엔 잠시 딴생각을 했는데 다음 등록 시기에는 다시 주 3회 요가로 돌아가야 하나 싶었다. 햄스트링을 조금이라도 덜 쓰게 하기 위해서다. 나중에 요가강사를 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 아프면서까지 운동을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약간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사실 가장 좋은 선택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요가를 아예 쉬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치지 않게 수련을 이어가는 쪽에 기운다.
모든 일상이 요가 위주로 돌아갔을 시기엔 내 나름 최상의 조건에서 수련하기 위해 식단관리에 쪼오금 신경 썼는데, 요즘은 뭐, 좀 엉망이다. 요가를 더 잘 해내기엔 몸이 전체적으로 무겁고 배도 두툼하다. 나잇살인지 다른 곳은 찌지도 않는데 어째 뱃살만 계속 나온다. 전반적인 컨디션이 영 좋진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다소 미세해진) 변화와 성장은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오늘 세 번째 우르드바아사나를 하는데 점점 손과 발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확실히 인지했다. (물론 이번 주에 선생님께서 후굴동작을 많이 넣어주시긴 했지만.) 또한 꽤 안정적인 점프백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리를 띄워 뒤로 넘기는 게 엄청 수월해졌다. 밧다코나아사나에서도 무릎이 바깥쪽으로 점점 더 잘 벌려짐을 느낀다.
이렇게 소소한 성취를 감지하다 보면 ‘쉬어야 하나’하는 마음이 싹 사라져 버린다. 그냥 별생각 없이 꾸준히 하기만 하면 권태를 지나 어느덧 ‘지속’ 단계에 도달할 것이며 상상만 하던 아사나들을 대수롭지 않게 하는 날이 올 것만 같다. 예를 들어, 점프백에서 발을 매트에 대지 않고 바로 차투랑가로 개운하게 넘어간다던지, 컴업이라던지. 아직은 꿈만 같은 핸드스탠딩이라던지… 킁킁
물론 햄스트링 때문에 1년 넘게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아사나들이 많다. (ex. 프라사리따파도따나아사나)
글을 슬 마무리하려니 어느덧 새벽 한 시가 넘었다. 이 시간까지 글을 쓰고 있다는 건 반가운 신호다. 수련 중 스쳐간 단상들을 기록하고 싶단 생각을 한건 간만이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수고롭게 정성 들여 그것들을 풀어내고 있으니. 예전 루틴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미래의 내 몸과 마음은 감히 예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지금처럼 요가를 곁에 두고 있을지 장담은 할 수 없다. 다만 이대로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할 수 있으면—하는 바람이 있다. 지나침이 독이 되지 않도록, 내가 너무 유난스럽지 않도록, 적당한 온도를 잘 유지한다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