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3일
그가 여호와께 서원하여 이르되 주께서 과연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넘겨 주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 하니라. 이에 입다가 암몬 자손에게 이르러 그들과 싸우더니 여호와께서 그들을 그의 손에 넘겨 주시매 아로엘에서부터 민닛에 이르기까지 이십 성읍을 치고 또 아벨 그라밈까지 매우 크게 무찌르니 이에 암몬 자손이 이스라엘 자손 앞에 항복하였더라. 입다가 미스바에 있는 자기 집에 이를 때에 보라 그의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서 영접하니 이는 그의 무남독녀라. 입다가 이를 보고 자기 옷을 찢으며 이르되 어찌할꼬 내 딸이여 너는 나를 참담하게 하는 자요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 중의 하나로다 내가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열었으니 능히 돌이키지 못하리로다 하니 딸이 그에게 이르되 나의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여셨으니 아버지의 입에서 낸 말씀대로 내게 행하소서 이는 여호와께서 아버지를 위하여 아버지의 대적 암몬 자손에게 원수를 갚으셨음이니이다 하니라 (사사기 11:30-36)
처음에 입다에 대해 읽었을 때는 비극적인 인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주일 설교 말씀에서 산헤립의 담화를 읽고 사사기 11장을 읽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들이 예루살렘의 하나님을 비방하기를 사람의 손으로 지은 세상 사람의 신들을 비방하듯 하였더라 (역대하 32: 19)
산헤립이 하나님을 단순한 이방신 중 하나로 여긴 것처럼 입다 또한 가나안 땅의 여러 이방신 중 하나로 간주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가 서원할 때 사람을 번제물로 드리겠다고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그 딸도 아버지의 서원을 지키는 데 있어서 강한 저항이 없었다. 그렇다면 당시 입다의 딸만이 유일한 인신공양의 희생제물이었을까? 사사기 시대가 하나님과 멀리 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기복 신앙 차원에서 서원하여 응답받았다고 하면서 사람을 번제물로 드리는 경우가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화는 가나안 땅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 설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용왕을 분노하게 하지 않기 위해 인당수에 인신공양 하는 것이 심청전에도 나오고, 에밀레종 전설에서도 종소리가 잘 울리게 하기 위해 어린 아이를 인신공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렇게 서원하는 이의 소원 성취를 위해 가족이나 공동체의 일원을 인신공양하는 문화가 당시 이스라엘에서도 자연스런 문화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인신공양을 태연하게 서원하면서도 자신이 무슨 죄를 저지르는지 모르는 당시 사람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시고 2천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다행히 우리는 성경이 있어 언제든지 원한다면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다만, 하나님이 무엇을 좋아하시고 싫어하시는 지를 알고 실천하고 인격적인 방식으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 입다에 대해 읽으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입다는 자기가 무슨 죄를 짓는지도 모르고 서원을 했다가 가장 사랑하는 딸을 잃고 말았습니다. 입다는 인신공양이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일인줄 모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이였습니다. 그가 자신의 딸들을 이방 남자들에게 시집보내고, 이방인 며느리를 들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입다의 경우, 본처 자식들에게 구박을 받아 잡류들과 어울리며 살아서 이방 문화를 쉽게 받아들인 한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사기를 읽다 보면 사사기 전체 시대가 인신공양과 같은 이방 문화와 섞여 살면서 “하나님 도와주소서!”하며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오늘날 나의 모습이고, 한국 교회의 문제라는 것이 너무도 슬픕니다. 하나님을 내 방식대로 믿고, 기복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지, 내 소원 성취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지 회개합니다. 인격적인 주님과 교제하기 위해 성경을 통해 주님의 마음을 알게 조명하여 주소서. 기도를 통해 지혜와 명철, 영분별을 주시옵소서. 입다처럼 어리석은 믿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바로 알고 순종하는 믿음을 주시옵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