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이끼와 탁함
해수인의 돌봄에서 주님의 정결케 하는 손길을 보다
가끔 유튜브에서 해수인TV 채널을 본다. 이 채널의 영상들은 수조 애호가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해수인님은 다양한 물고기와 수생 생물들, 예를 들면, 구피에서부터 돌돔, 가재, 꽃게를 반려동물처럼 키우며, 어항 관리와 수초 가꾸기 노하우를 전해준다. 오늘 본 영상은 "90일 후 폭망한 수조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라는 제목으로, 아름답던 수초와 물이 어느새 이끼로 덮여 어항이 엉망이 된 상황에 대해 다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인님은 생이새우 천 마리를 투입하였다. 생이새우는 그야말로 생물병기였다. 하루 만에 수초 내 이끼 문제는 해결되었다. 하지만, 어항 유리면의 이끼는 여전히 문제였다. 시간이 지나자 어항 유리면에 자란 이끼는 다시 시야를 가로막았고, 생이새우는 유리면의 이끼는 먹지 못했다. 결국 해수인님은 직접 손을 넣어 이끼를 제거해야 했다. 이 작업은 장장 3시간이 걸리는 수작업이었다. 작은 생이새우들이 물속에서 부지런히 이끼를 제거하는 모습과 해수인님의 손길이 어항 곳곳에 닿아 맑은 물을 되찾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 마음도 그러한 돌봄과 손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게 꾸며진 수초와 맑은 물로 가득한 어항도 돌봄 없이 내버려 두면 이내 이끼와 탁함으로 가득 차게 된다. 내 마음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순수하고 정결하게 유지하려 애써도, 시간이 지나면 무심코 스며드는 세상의 악과 혼란 속에 물들게 된다. 어항을 둘러싸고 자라나는 이끼들처럼, 타락과 무질서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주님이 생이새우와 같은 이를 보내셔서 돌봄과 위로를 보내주셔도, 내면 깊숙이 붙어버린 이끼 같은 상처와 죄들을 벗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 손이 닿지 않는 내면의 구석구석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때가 바로 주님이 직접 손을 내미셔야 하는 순간임을 깨닫는다.
주님은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깊은 문제를 아신다. 우리 안에 얼마나 많은 잔해와 상처가 쌓여 있는지, 우리가 잘 보지도 못하는 내면의 구석까지도 주님은 살피신다. 주님의 손길은 단순히 표면을 닦아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의 무너진 곳, 우리가 손댈 수 없는 깊은 부분까지 이르러 미처 깨닫지도 못한 죄와 상처를 하나하나 어루만지신다. 그리고 그 자리에 빛이 닿도록, 오직 주님의 손길로만 가능한 정결함을 새롭게 불어넣으신다.
가끔 스스로를 돌아보면, 단단하게 굳어버린 이끼들처럼 그동안 살아온 삶에 붙어버린 오래된 상처와 아픔들을 본다. 내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떼어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럴 때면, 주님의 손길을 구할 수밖에 없다. 내 안의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만이 내 영혼의 어두운 구석까지 이르러 깨끗하게 닦아내실 수 있음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된다.
내 한계를 인정하고, 내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을 주님께 내어 맡기는 것이다. 나를 온전히 주님께 드리고, 주님의 손길과 인도하심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깊은 신뢰와 순종의 행위이다. 마태복음 11장 28절에서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주님께 우리의 짐을 맡길 때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다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문제들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이 친히 손을 내밀어 주시기를 간구하며, 우리 마음을 주님께 의탁할 때, 주님의 은혜가 우리 삶에 임하게 된다.
주님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새 생명이 솟아나는 것을 안다. 주님은 내 모든 것을 아시며, 주님이 다가오셔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거둬가신다. 나는 이제 주님을 의지할 뿐이다. 내가 스스로 고칠 수 없는 이 모든 것들, 그 깊은 곳까지 손을 내미시는 주님의 치유를 기다리며, 주님의 은혜에 오늘도 나를 맡긴다. 날마다의 기도 속에서 주님께 회개와 죄사함을 구하고, 주님의 정결하게 하시는 손길이 내 삶 속에서 일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이 가장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