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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헬과 레아, 그리고 하나님의 선택

by 안젤라

라헬과 레아, 그리고 하나님의 선택


2025년 2월 27일


오늘 야곱이 라반의 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올 때를 다시 읽었다. 평소에 늘 라헬이 드라빔을 훔친 것이 참으로 마음에 걸려서 이번에는 더욱 꼼꼼하게 읽었다. 창세기 31장은 야곱이 라반의 집을 떠나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야곱은 라반의 집에서 20년 동안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착취당하는 상황에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야곱을 도우셔서 결국 그의 몫을 챙기고 독립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야곱이 부자가 되자, 라반의 아들들은 이를 시기하며 야곱이 라반의 재산을 빼앗았다고 주장한다.


야곱이 라반의 아들들이 하는 말을 들은즉 야곱이 우리 아버지의 소유를 다 빼앗고 우리 아버지의 소유로 말미암아 이 모든 재물을 모았다 하는지라 (창세기 31:1)


라반의 아들들은 야곱이 정당한 몫을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를 도둑으로 몰아갔다. 라반 역시 야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 시작한다.


야곱이 라반의 안색을 본즉 자기에게 대하여 전과 같지 아니하더라 (창세기 31:2)


이런 분위기에서 야곱은 가족들과 함께 라반의 집을 떠나 고향으로 갈 준비를 한다. 야곱의 가족이 떠날 때, 라헬이 라반의 드라빔(집안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우상)을 훔치고, 야곱은 이를 몰랐다.


그 때에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갔으므로 라헬은 그의 아버지의 드라빔을 도둑질하고 (창세기 31:19)


이후 라반이 이를 문제 삼아 야곱을 추격해 온다.


이제 네가 네 아버지 집을 사모하여 돌아가려는 것은 옳거니와 어찌 내 신을 도둑질하였느냐 (창세기 31:30)


라반은 야곱이 재산을 빼앗은 것뿐만 아니라, 신까지 훔쳐 갔다고 의심한다. 그러자, 야곱은 라헬이 훔친 것을 몰랐기 때문에 강하게 부인하고 심지어 훔친 자는 살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의 말을 한다.


외삼촌(라반)의 신을 누구에게서 찾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요 우리 형제들 앞에서 무엇이든지 외삼촌의 것이 발견되거든 외삼촌에게로 가져가소서 하니 야곱은 라헬이 그것을 도둑질한 줄을 알지 못함이었더라 (창세기 31:32)


라헬은 기지를 발휘하여 드라빔을 숨기고 라반을 속인다. 라반은 드라빔을 찾지 못했고, 결국 야곱과 화해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라헬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면, 야곱의 저주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들이 벧엘에서 길을 떠나 에브랏에 이르기까지 얼마간 거리를 둔 곳에서 라헬이 해산하게 되어 심히 고생하여 그가 난산할 즈음에 산파가 그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지금 네가 또 득남하느니라 하매 그가 죽게 되어 그의 혼이 떠나려 할 때에 아들의 이름을 베노니라 불렀으나 그의 아버지는 그를 베냐민이라 불렀더라 라헬이 죽으매 에브랏 곧 베들레헴 길에 장사되었고 (창세기 35:16-19)


라헬은 베냐민을 낳다가 출산 중에 죽는다. 성경에서는 야곱의 저주와 라헬의 죽음이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명시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야곱이 내뱉은 저주의 말이 하나님의 뜻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하나님의 말씀이 야곱의 입을 통해 임하신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창세기에서 야곱이 사랑한 여인은 라헬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택과 계획은 달랐다. 야곱이 사랑한 것은 라헬이었지만, 하나님이 선택하신 것은 레아였다. 라헬은 아름답고 사랑받았지만, 그녀는 시기심과 불안을 보였고, 우상 숭배를 하였다. 반면, 레아는 야곱의 사랑은 덜 받았지만 하나님의 특별한 위로와 은혜를 받은 것을 볼 수 있다.


라헬은 처음에 야곱이 사랑을 느꼈고 평생 함께할 아내로 그가 원했던 여인이었다. 그러나 언니 레아가 먼저 야곱의 아내가 되었고, 그에게서 아들을 낳게 되는데 이에 대해 라헬은 시기심과 경쟁심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였다.


라헬이 자기가 야곱에게서 아들을 낳지 못함을 보고 그의 언니를 시기하여 야곱에게 이르되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 야곱이 라헬에게 성을 내어 이르되 그대를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 (창세기 30:1-2)


라헬은 자신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야곱에게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받았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레아에게 시기와 질투를 느꼈다. 물론 요셉을 낳게 되지만 말이다. 또한, 그녀는 아버지 라반의 드라빔(우상)을 훔치는 행동까지 한다. 야곱이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었음에도, 라헬은 드라빔을 숨기면서까지 그것을 간직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가족의 상징이든, 물질적 이유든, 결국 우상은 우상이다.


여러 모로 보아 라헬은 얼굴만 아름답지, 행동이나 성격은 그렇지 못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나님은 라헬의 이런 모습을 기뻐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그녀는 베냐민을 낳다가 출산 중 죽음을 맞이한다. 라헬은 야곱이라는 사람의 사랑받았지만, 하나님의 언약의 계보에는 포함되지 못한 채 가나안의 길가에 묻힌다.


라헬이 죽으매 에브랏 곧 베들레헴 길에 장사되었고 야곱이 라헬의 묘에 비를 세웠더니 지금까지 라헬의 묘비라 일컫더라 (창세기 35:19-20)


레아는 야곱이 원했던 여인이 아니었다. 야곱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레아는 늘 외로움을 느끼고 괴로워하며 지냈다. 그러나 하나님은 레아를 보시고 레아를 위로하셨다.


여호와께서 레아가 사랑 받지 못함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여셨으나 라헬은 자녀가 없었더라 (창세기 29:31)


레아는 첫째 아들 르우벤을 낳고 “여호와께서 나의 괴로움을 돌보셨으니”(창세기 29:32)라고 고백한다. 둘째 아들 시므온을 낳고 “여호와께서 내가 사랑 받지 못함을 들으셨”(창세기 29:33)다고 말한다. 셋째 아들 레위를 낳고 “내 남편이 지금부터 나와 연합하리로다”(창세기 29:34)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남편 야곱의 사랑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넷째 아들을 낳고, 마침내 레아는 하나님께 시선을 돌린다.


내가 이제는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창세기 29:35)


이 아이의 이름이 바로 유다이다. 그 유다의 후손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신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하나님은 레아를 위로하시며, 그녀를 아브라함의 가족 무덤(막벨라 굴)에 묻게 하신다. 막벨라 굴에 대한 이야기가 창세기 23장에서 아주 자세히 나온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늘 생각했는데 이번에 자세히 읽으면서 레아가 여기에 묻힌 것이 중요하게 다가 왔다.


이 굴은 가나안 땅 마므레 앞 막벨라 밭에 있는 것이라 아브라함이 헷 사람 에브론에게서 밭과 함께 사서 그의 매장지를 삼았으므로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사라가 거기 장사되었고 이삭과 그의 아내 리브가도 거기 장사되었으며 나도 레아를 그 곳에 장사하였노라 (창세기 49:30-31)


야곱이 평생 사랑한 여인은 라헬이었지만, 마지막 순간 함께 묻히길 원한 사람은 레아였다. 그리고 하나님이 택하신 언약의 여인도 레아였음을 우리 독자들은 알 수 있다.


라헬은 남편의 사랑을 받았지만, 시기하고 자녀가 없다는 데 대한 불안 속에 살다가, 우상을 숨긴 채 죽음을 맞이했다. 레아는 남편에게서 외면받았지만, 하나님의 위로를 받았고, 결국 예수님을 통한 구속사의 계보에 포함되었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여호와는 중심을 보시느니라 (사무엘상 16:7)


하나님은 우리의 조건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보시는 것을 레아의 경우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라헬은 사랑받았지만, 하나님께 대한 신뢰나 찬양보다 사람의 사랑을 더 원했다. 라헬은 야곱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레아를 시기할 것이 아니라, 왜 하나님이 자기의 태를 열지 않으신지에 대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간구해야 했다. 그러나, 라헬의 마음에는 하나님이 아닌 드라빔과 같은 집안의 우상을 더 신뢰하는 측면이 많았다.


레아도 처음에는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였다. 그러나 남편의 사랑은 오지 않았다. 그녀가 자식을 낳고 했던 말을 보면 여호와께 얼마나 간구하였는지 알 수 있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중에 아들을 주신 여호와 하나님의 일하심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유다를 낳고부터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레아를 선택하셨다.


이렇게 두 사람의 인생을 살펴보니 나는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게 된다. 라헬처럼 사람의 사랑과 세상의 보상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라헬처럼 집안의 우상에게나 간구하지는 않는지생각해 본다. 레아도 처음부터 신앙이 성숙했던 것이 아니다. 그녀 역시 야곱의 사랑을 원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하나님만이 나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나도 레아처럼 하나님께 시선을 돌리고, 하나님의 위로를 받고 싶다.


<기도문>

하나님 아버지,

때때로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사람과 비교하며 불안해할 때, 레아처럼 하나님의 위로를 먼저 구하는 자가 되게 하소서.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을 신뢰하는 믿음을 주소서. 나의 시선이 라헬처럼 사람에게 머물지 않고, 레아처럼 하나님께 머물게 하소서.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는지 보게 하시고, 그 뜻에 온전히 순종하는 삶을 살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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