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간의 짧지만 나름 행복했던 시간이 한 밤의 꿈처럼 사라져 갔다. 그동안 읽으려고 목록에 담아 둔 책중 세 권을 읽었다. 그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책은 '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작가님의 책이다. 책의 표지가 심플하고 눈길을 사로잡는 느낌은 아니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은 알고리즘이 자꾸 이 책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
내가 구매하는 책들을 분석해서 내가 좋아할 만한 책들을 추천 목록으로 나열했다.
그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1년에 단 하루 펼쳐지는 빛의 환희에 잠들어 있던 비밀의 문이 열린다!'
라는 문구였다. 책표지 뒤쪽에 있다.
예쁜 집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나는 건축에 관심이 없다. 집은 편안한 휴식처라고만 생각했었다.
건축가가 들려주는 꿈같은 이야기의 여정. 그 안에 숨겨진 4월 15일의 비밀.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집은 단순히 주거의 공간일뿐만 아니라 가족의 추억을 담는 곳이라는 것이 인상 깊었다.
처음 책을 집어 들 때까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덮을 수 없다는 것을.
책이 술술 잘 읽어져서 좋았고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에 리즈에 맞았다. 프랑스 파리의 주요 관광지로 떠 오르는 센강, 목마르뜨 언덕, 시테섬, 루브르박물관이 언급되기도 한다. 특히 루브르박물관에 미술품들을 보러 가고 싶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모나리자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도 있고 그림은 아는데 작가를 몰랐던 유명한 그림도 많이 있다.
시테섬도 아름다울 것 같다. 책을 보는 동안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뤼미에르의 집이 있는 동네다.
여태 남의 집을 지어주다가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대출과 가진돈을 끌어 모아 가격에 맞는 집을 찾는다. 삶에 지쳐 한 달간의 장기휴가를 내고 휴식을 취하면서 부동산에서 오는 전화를 받는다.
도시 한복판 노른자위 땅. 집을 갖고 싶다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집주인은 요양원에 있었다.
집주인 피터를 만나러 떠나 요양원에서 건축가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여기저기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탐방이 시작된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나에 상상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장면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그려 보게 했다.
빛이 주는 아름다움을. 딱 하루만 볼 수 있는 빛의 축제. 자연의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리는 자연의 나팔관 또는 자연의 통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유리 온실. 어디인지 찾아서 당장 짐을 챙겨 떠나고 싶었다.
집주인 피터의 아버지 프랑스와는 독특한 건축가이자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피터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랑까지도.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눈물이 나왔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사랑은 위대하다고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매번 매 순간순간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고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지쳐 있던 나의 삶에 따뜻한 위로이자 힐링을 주는 한 페이지의 여행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