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차등록신고를 하기 위해서 지인에게 서류를 받아야 했다. 만난 김에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주꾸미를 먹기로 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점 중에 하나다. 일 년에 4~5번은 꼭 온다.
매운 걸 잘 먹지 못했던 남편은 나를 만나서 매운 음식에 맛을 알게 되었다.
지인은 막걸리와 파전이 먹고 싶다고 했지만 여기는 숯불 향을 입힌 양념 주꾸미가 메인이다. 도토리 전과 고르곤졸라 피자 중에서 하나를 골라 먹을 수 있다.
항상 피자를 선택했지만 오늘은 도토리 전으로 주문을 했다. 맥주 한 병과 함께.
내가 덜어 먹어도 되는데 과잉친절을 베푸는 남편으로 인해 매운 주꾸미 양념 범벅으로 비벼 먹어야 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매운 건지. 밥을 절반도 먹지 못했다. 물로 배를 채운 셈이다.
남편은 언제 지인한테 내 이야기를 했는지.
"제수씨 작가라면서요? 그런 재주가 있었어요?"
"아 네. 뭐 글 쓰는 것을 좋아해요."
도서관에서 다 같이 모아서 쓴 글이 출간되기는 했지만 소장용이지 판매용은 아니라서 민망한 상황이었다.
물론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작가 타이틀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밖에서 작가라고 하고 말하기는 아직 부끄럽다.
브런치에서 볼 수 있다고 알려 주면서 작가명을 알려 주었다.
"오할인간 검색하시면 돼요."
"오할 이면 반피 아이가?"
경상도에서는 오할을 50%로 반밖에 안 되는 사람으로 반피라고 부른 단다. 남편이 50대에는 할리를 타고 싶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오할인간이 있다면서 다른 뜻으로 해석해서 그것으로 써라고 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50%로의 확률이라는 뜻이기도 했지만 어쩌다 보니
반푼이 모지리가 되어 버렸다.
배경 음악으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냐'라는 음악이 깔리는 기분이 들었다.
안 그래도 너무 급하게 지어서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고 있기는 했다. 마땅히 떠 오르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모자라는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한 참을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보았던 연 못에 비치는 햇 빛. 그리고 이 번에 읽었던 빛이 이끄는 곳으로 라는 책에서
느낀 것을 작가명으로 만들고 싶었다. '빛의 투영'으로 정했다. 투영의 사전적 의미는 물체의 그림자를 어떤 물체 위에 비추는 일 또는 비친 그림자이다. 그래서 빛이 비친 그림자라는 의미로 만들어 보았다.
처음엔 그냥 본명으로 해? 하다가 성까지 똑 같은 유명한 소설가와 작사 작곡가가 있었서 안될 것 같다.
바꾸고 싶었는데 바꿀 기회를 준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농담처럼 한 말에 화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기분이 썩 좋은 건 아니지만.
열심히 글을 써서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