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글쓰기

14.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나만의 방법 몇 가지

by 빛의투영

어김없이 돌아오는 넷째 주 토요일.

입동을 지나 점점 더 겨울이 코끝에 닿았다. 자동차 유리창 내려앉은 서리, 가로수 은행나뭇잎이 후두둑 떨어져 거리는 온통 노란빛이다. 앙상한 가지에 얼마 남지 않은 잎들을 보며 계절이 더 깊어 가는 것을 느낀다.

문만 열고 들어가면 늘 여름인 싱그러운 오이와 오이꽃, 오이고추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를 본다.

가끔은 계절을 잊고 사는 것 같다.

하우스 밖을 나갈 때면 아차 한다. 땀범벅이었다가 서늘함에 몸서리쳐지는 추위를 느낀다.

올해는 알맞게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작년에는 숨 막히는 더위가 오래가서 힘들었다. 10월에 벚꽃을 한 번 더 보는 일까지 있었다. 나무에 하얀 꽃을 보고 눈을 의심하기까지 했었다. 나무마다 생체리듬이 달라 가을 무렵에 피는 곳도 있긴 하지만 그곳은 봄에만 봤던 곳이라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었다.


11월 글거리는 '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나만의 방법 몇 가지'이다. 글감은 늘 주위에 널려 있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다채롭니다.

주위 사람들은 늘 재미있고 때로는 빡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고 사소하지만 작고 소중한 내 인생에 늘 사건들이 존재했다. 아침은 늘 분주하지만 출근길에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나무에 물을 올려 새싹을 틔워내고 녹음이 짙어지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단풍이 들고 잎이 낙엽으로 떨어질 때까지의 과정들. 하늘의 구름 모양 등등 모든 것이 글감이어서 시를 쓰고 싶다거나 글을 쓰고 싶어진다.

찰나의 순간들도 모두 나의 글감이다. 그림도 그려보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 두기도 하고 운전 중에는 눈으로 담다가 기억저편으로 사라지긴도 한다. 고추를 따다가도 머릿속에서 글을 쓴다. 단순 노동의 반복이라 여러 생각을 하기 좋다. 일이 끝나면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한다.


늦은 오후 아이들을 학원으로 픽업하러 가는 길에 모두 서행하듯 차들이 달리지 못하고 있어서 멀리 고개를 들고 보니 이 모든 순간이 이해가 되었다. 순찰차가 정속도로 달리고 있어 아무도 추월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라디오서 흘러나오는 노래

'당신 앞에 설 때면 늘 숨어만 있는 나는 겁쟁이랍니다.'누군가 지켜보고 선곡한 느낌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순찰 차가 사라지고 레이스가 시작된다.


은행나무가 쭉 늘어서 예쁜 길에 연인이 사진을 찍으려고 차들이 지나가길 기다리지만 길게 늘어선 차들은

줄지를 않는다. 포즈를 취하고 찍으려는 순간 바람이 쌔게 불어 머리가 날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웃음이 나온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좋을 때다."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이 나온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집으로 다시 출근하는 것 같다. 아침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고 저녁을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졸리기 일쑤다. 글을 끝까지 완성하기 전에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와 키보드를 베고 잠이 든다. 농사일은 매번 초기 작업이 젤 힘들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피싱 문자가 많이 온다. 내 정보는 어디까지 흘러가서 노출이 된 건지 무서운 생각이 든다.

큰 아이가 고2가 되니 입시 관련 링크를 보내 줄 테니 클릭해서 확인하라는 전화가 심심치 않게 온다.

링크를 클릭해서 털렸다는 말이 많아서 번호를 모두 차단해두었다.

모바일 청첩장도 학교에서 오는 링크도 조심스럽다. 브런치에 글을 못 쓰고 있는데 누군가 구독을 신청하고

댓글을 달았다. 뭔가 어설픈 한국어로 작성한 말투를 흉내 낸 것 같고 대충 이런 내용이다.

당신의 글을 잘 읽었다. 글의 소재는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하다. 당신의 글이 마음에 든다.

한국에 방문할 예정인데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적어 놓으며 전화번호를 남겨 놓았다.

바로 차단과 함께 댓글을 삭제했다. 로맨스 피싱이 아직도 성행 중이다. 누가 속아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당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고 한다. 외로워서, 내 마음을 알아줘서, 말이 잘 통해서 등등 이유는 많다.

주위를 조금만 돌아보자.


글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나 문제는 나에게 여유 시간이 없다는 거다. 늘 작은 일도 고맙게 생각하고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모든 것이 글감이고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오늘의 만남도 소중하게 즐겁게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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