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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Aug 03. 2023

나에 삶의 조각들

01. 작가가 되었지만..

 요즘 브런치 작가 되고 나서 한 동안 들떠 있었다. 글을 써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글 쓰는 것도 좋고 눈치도 안 봐서 좋다.

내가 하는 일에 크게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편 눈치가 보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침대에서 뒹굴 거리다가도 소재가 생각나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여름이라서 날도 뜨겁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한다는 건 생각도 하기 싫다.

작년에는 여름 작기를 했었다. 새벽에 일어나 고추를 따고 낮에는 쉬거나 방학을 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 주곤 했다.  이번 여름에도 오이를 하기는 했었다.

생 거름을 넣는 바람에 선충이 생겨서 일찍 마무리하게 되었다.

뜨거울 때 일을 안 해서 좋다고 해야 하나.. 돈 나올 곳이 없어서 서글프다고 해야 하나..

생각은 많고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나 싶다.  9월이 되면 나는 또다시 농부가 된다.


여름에는 하우스 여기저기를 정비하고 손을 보는데 나는 딱히 도와 달라고 하지 않으면

하는 일이 없다. 작기가 시작되지 않으면 백수인 것이다.

남편은 손재주가 좋아서 웬만한 건 부품이나 부자재만 사 오면 수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늘 바쁘다. 아이들은 항상 내 몫이었다.

눈치 봐가면 한가 한 틈이 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든다.


에세이 수업을 듣기 시작한 지 몇 주가 흘렀다.

글을 어떻게 쓰면 되는지를 점차 배워 가고 있긴 하지만 뭔가 많이 아쉽다.

7회 차 수업이  끝나면 나는 또 방황하게 될 거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 글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잘 전달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어 선택, 맞춤법, 글 정렬이 이렇게 어려운 건 줄 새삼 느낀다.

책만 읽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작가님들의 고충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되고 처음 발행한 글에 댓글이 달렸다. zzz가.. 나는 화면을 한 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글을 읽으니 지루하고 졸린다는 이야기 인가? 한/영을 잘 못 눌러서 ㅋㅋㅋ인가..

내 글이 웃기다는 말인가? 무관심보다는 관심이 났겠지..라고 생각 했다.


나는 아직 글쓰기 초보이다. 그래서 많이 서투른 게 맞다. 브런치에서 작가 타이틀을 달긴 했지만

이제 겨우 관문 하나를 통과한 것뿐이다.

아이들을 키워 오면서 이 보다 더 힘든 일들이 많았다.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하루하루 느끼는 것을 글로 쓰는 내 마음을 담고 싶은 시와 장애아이 엄마로 살아가는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 에세이 수업을 들으면서 시작하게 된 별난 엄마와 별난 아이 둘을 다시 읽어 보게 되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문맥도 안 맞고 시는 너무 자유분방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겠다는 것은 아니다. 시작을 했으니 끝은 보고 싶다.


요즘 많이 쓰는 말은 좌절 금지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해 놓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글쓰기, 글 잘 쓰는 법이라는 책도 찾아서 보고 있다. 두드리면 열릴까?

내 글에 라이크를 눌러 주시는 분들의 글도 하루에 하나씩 정독해 가면 라이크를 눌러 드리려고

하고 있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어쩜 이렇게도 많은 건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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