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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Aug 06. 2023

나에 삶의 조각들

02. 에세이 수업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문화센터의 인연으로 알게 된 선생님의 강의 소식을 인스타에서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나보다 더 열정이 넘치시고 모든 공예를 섭렵하실 것 같은 분이 셨다.

이번에 마크라메 강좌를 여시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도전해 보기로 했었다. 

도서관에서 하는 문화수업이기에 홈페이지에 등록을 한 후 첫 번째로 수강신청을 하고 입금했다.

재료비만 받는 수업이라 저렴했고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수업이 끝날 무렵 나는 다른 것을 찾고 있었다.  7월에 시작되는 문화수업  '나의 첫 에세이 쓰기'

라는 매력적인 주제가 나를 유혹했다.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많기는 한데 내가 할 수 있는 영력이 아닌 것 같아서 많이 망설여졌다.

수강생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다. 15명 모집에 10명까지 채워진 상태였다.

자꾸 핸드폰을 들고 확인하는 내 모습.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가 뭐 어때? 강의만 들어 보자 하고서 눈을 질끈 감고 누르고 말았다.


고민은 생각만 더 깊어 질뿐 이미 저 질러 버렸다. 하고 싶은 건 어떻게든 하고 마는 나이니까 안 하면 후회

했을 것이다.

하루하루 그날이 다가 올 수록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강의 오시는 작가님의 책을 검색하고 주문해서 읽었다. 책을 가져가서 사인도 받고 싶은데 아직까지 하지 못했다.

앞전 수업을 듣던 곳 도서관 3층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 갔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맨 앞쪽에 앉아서 강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한분씩 오셨는데 지인과 함께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들 반가워하며 인사를 주고받으셨는데 나는 상당히 어색했다.


작가님의 소개와 작가님이 쓰신 책을 소개하셨고 강의는 시작되었다.

글 쓰기에 대한 강의를 듣는 게 처음이다 보니 들을 때는 이해가 되는 듯하다가 금방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브런치 스토리가 있다는 것도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작가님도 브런치에서 출간하셔서 작가가 되셨다고 했다. 막연히 끄적거리기만 하던 내가 신세계를 발견

한 것이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작사를 해보고 싶어서 피아노도 배우고 책도 사서 보고 했었다. 지방에서는 학원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메모 같은 낚서들이 빼곡한 수첩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뭘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2년 동안 해 오던 것을 정리하고 아이들이나 잘 키우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들을 글을 쓰지 않은 채

흘려보냈다.

다른 것들로 배우고 채워 나갔다. 썩 잘 쓰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도 좌절을 맛봤기에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에세이 수업이 나를 다시 설레게 했다.  퇴고 탈고 생소 한 말들 투성이지만 알아가는 기쁨이 있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지 5가지를 적고 뒤쪽에 앉은 사람들과 그룹을 만들어서 공유도 했다.

주제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수업을 같이 듣는 분들은 이미 브런치 작가이거나 경험들이 많아 보였다.

쓴 글을 읽고 피드백을 해주는 시간 나는 자꾸 작아져 가는 것 같았다. 부끄럽고 소심해지는 느낌이랄까?

어쩜 다들 이렇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을 잘 쓰시는지..


2번의 수업을 들을 때까 지도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가입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트에 적는 게 익숙했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다. 

3번째 수업을 들었을 때 작가님이 브런치 스토리를 이용하냐는 질문을 모두에게 던졌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도전해 보라는 말도 함께.

갑자기 브런치 스토리가 궁금했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하나하나 살펴봤다. 

사이트 여기저기를 뒤적거리며 작가님들의 글도 몇 개 읽었다. 라이크를 눌러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수업시간에 적었던 글을 작가의 서랍에 써서 저장까지 했다.

저장된 글에 수정하기를 눌러서 계속 이어 썼다.  5개의 글을 이어 놓아서 엄청 길었다.

한편씩 써서 올려야 된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무슨 용기에서 인가 작가 도전하기라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으까

경험 삼아해 보자 생각했다.

막상 도전하려고 하니까 자꾸 고치고 또 고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씨름을 했다.

하지 말까 생각도 했다. 에세이 수업에서 읽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글도 잘 쓰고 싶어지고 많이 써봐야 

실력도 는다고 했다.

'에라이 모르겠다.' 떨어지면 나만 알 텐데 말하지 않으면 부끄러울 일도 없다 생각했다.

작가 도전을 클릭한 후.. 뭐가 그렇게 떨리던지. 며칠 동안 핸드폰을 계속 드려다 봤다. 

유튜브에 보니까 하루 지나고 결과가 나왔다거나 2~3일은 걸린다고 했다. 

떨어질 텐데 뭘 그리 기대하나 생각하면서 마음은 아닌 가보다.


에세이 3번째 수업날 얼굴을 익혀서 조금 친해진 분이 생겼다. 그분은 브런치 작가 셨고 글도 많이 쓰셨다고 했다. 너무 부러웠다. 나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작가 도전을 해 놓고 기다리는 중이라는 것을.

하루하루가 너무 더디게 가고 있었다. 맞을 매면 빨리 맞자 싶다가도 내 글이 정말 아니어서 통보를 늦게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아이 하교시간이라 스쿨버스 도착하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자 알림 음이 여러 개가 울렸다.

요즘 안전 문자가 많이 와서 그런 거겠지 했다.

브런치에서 온 축하 메시지였다. 설마 하며 두 눈을 의심했다. 내가? 브런치 작가?

메일도 확인했다.  소 뒷걸음 질 치다 쥐 잡았나.. 실감이 나질 않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들이 이제 작가님이네 한다. 웃음이 나왔다.


이런 기분이구나. 싶다가도 이제 시작인데 걱정도 되고 나는 경험이 부족하다.

책 읽기와 쓰기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다시 고민에 빠져 든다.

글을 계속 쓰고 있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에세이 수업을 듣는 날은 수많은 물음표 중에서 하나를 해결

하는 것 같지만 하나를 더 해 주기도 한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글을 많이도 썼네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는 시작 됐고 중단할 마음은 없다. 아직 내 글에 확신도 만족도도 없다. 그럼 뭐 어때?  그냥 해보자.

언젠 가는 나도 책을 출간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꿈꾸는 건 좋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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