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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Aug 09. 2023

나에 삶의 조각들

03. 우울증도 지나간다.

아픈 기억을 모두 지워 드려요.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구겨진 마음의 주름을 다려 줄 수도 얼룩을 빼 줄 수도 있어요.
모든 얼룩을 빼 드립니다. 오세요 마음 세탁소로
-주인백-

메리골드 마음의 세탁소에서 마음에 들었던 말이다. 아픈 기억을 모두 지워주는 곳이 있다면 가고 싶다.

나 스스로 이겨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가슴이 뭉클하고 따뜻 해져서 좋았다.


흐르는 시간만큼 마음의 시간도 흘러서 무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의 기억처럼 선명하지는 않더라도 남아 버린 얼룩들이 이따 금씩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

신은 내가 감당할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했다.  가끔은 나를 너무 과대평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 켜보면 그 선택들이 나의 발등을 찍기도 하고 비수로 돌아오기도 했다.

다시 돌아가 그 선택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과거에 빠져 허우적 되던 나나들 나는 무너지면 안 되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정신력으로 버텨내야 했고

남의 탓도 할 수가 없었다.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내 마음을 숨겼다. 괜찮은 것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점점 나의 모습을 잃어 가고 있을 때 우울증이 왔었다.

하루하루 살아 내는 것도 사람들도  모든 것들이 싫어지고 있었다.

남편에게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 다들 그러고 산다 뭐 별스러울 것이 있는 줄 아냐고 반문했다.

서로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저 묵묵히 들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새벽에 일어나 멍하게 앉아 창문을 응시하다가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다.

현관문 앞까지 걸어와 문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되는 순간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지만 발이 옮겨지지 않았다. 여기서 나가 버리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반복되는 일상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나는 달라져야 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아 방황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아직 미혼이라서 내 이야기가 배부른 투정으로 들리는 것 같다.

맘카페라는 곳을 알게 되어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내 경험을 이야기해 주고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흘려버리지 않고 일요일 하루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며 돈 10만 원을 지어주면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던 남편이 있어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있다.

반나절이라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며 취미를 가져 보려고 노력했다.

어린이집 엄마들과 소통하면 같이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며 이야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밝아지고 아이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구나 힘든 순간이 온다. 그 힘든 기억들은 얼룩으로 남아 버렸지만 그 흔적의 세월만큼 나는 더 단단해져 갔다. 나는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이 남아 있다.

흔들리면 부딪치고 상처 투성이가 되겠지만 앞으로 나가는 법을 배워 간다.

힘들지 않은 사람, 힘들지 않은 인생은 없다. 묵묵히 충실히 내 삶을 살아가자.

지나 간 시간들을 회상하며 그땐 그랬지 하며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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