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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Jan 22. 2024

나에 대한 고찰

17.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분다.

 반복되는 일을 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로바로 적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다. 소형 녹음기라도 사서 녹음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도 해본다.

휴대폰으로 녹음을 시도도 해봤다. 일 할 때 들고 다니기엔 부피도 크고 양손을 움직여 고추를 따다 보면

번거롭고 하던 일을 멈춰야 했기 때문에 능률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는 메모를 하거나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편안함에

익숙해져 버렸다. 수정도 빠르고 글씨도 신경 써서 쓰지 않아도 되니까.. 핑계들이 늘어 갔다.

열정이 시들어 가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는 시간은 일 다 끝나고 저녁까지 다 먹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이다.

왜 이 시간에 컴퓨터 앞에 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걸까?

피곤에 찌들어 영혼이 가출한 것 같다. 두 아이가 졸업을 하고 나서 한 해의 마무리로 몸살이 났나 했더니

독감이었다.


남편이 독감으로 일주일을 앓았다. 고열에 오한,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아팠다고 했었다.

잠도 못 자고 열을 재고, 수분 보충해 주고, 물수건도 갈아 주는 간호를 했었다.

남편이 좋아져 갈 때쯤 내가 앓아누웠다. 여태 앓았던 감기 몸살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너무 아팠다.

일어날 수도 없었지만 정신력으로 아이들이 먹을 국을 끓어 놓고 약 먹고 잠을 잤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악소리가 날 것 같은 고통과 두통이 밀려왔었다.

다음 날 독감 검사를 했더니 B형 독감이었다. 링거 맞고 약도 타왔다. 살아 보겠다고 죽도 끓여 먹었다.

남편은 아파서 밀려 버린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었다. 다행히 고추를 다 따고 쉬는 동안 아파서 고추 과피가 터져 버려지는 일생기지 않았다.

농사를 지으면 아파도 쉴 수 없는 날이 많았다. 아무도 대신 일 해주지 않는다.

미련하게 버티지 말고 하루라도 일찍 병원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2024년에는 좀 다르게 살아 보고 싶어졌다. <한 달 한 권 책 읽기 프로젝트>라는 독서 모임을 신청했다.

에세이 수업에서 알게 된 작가님이자 독립 서점 대표이신 분을 만나게 되면서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의 글쓰기가 멈춰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 읽기 프로젝트 첫 번째 도서가 고명재 시인님의 산문집 '너무 보고 싶을 땐 눈이 온다'이다.

미리 읽어보기 위해서 책을 구입하고 며칠이 지나자 고명재 시인님의 북토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에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북토크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북토크 장소는 몇 번 가본 곳이고

익숙해서 생각보다 괜찮았다. 차도 한잔 마시고 오신 분 들과 이야기도 했다.

총 6명이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처음이라 떨렸고 사인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서기도 하고 일일이 눈을 맞추어 주시고 이름을 물어 적어 주시며 사인을 해주시는 고명재 시인님이 참 인상적이었다.

정성이 느껴지는 사인이었다.


책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북토크에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 같았던 이야기와 산문을 한편 한편 낭독해 주시고 그 글을 쓸 때의 느낌과 감정을 들을 수 있었다.

북토크에 오신 분들과 듣고 싶은 부분을 말해 주면 낭독을 해주시기도 하고 시인님이 좋아하는 시도 프린터해서 나눠 주셨다.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도 산문 집에서 『동지』 를 낭독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중에서 "나는 네가 시를 계속 쓰면 좋겠어. 놓지 않고 성실하게 쓰면 좋겠어."이 부분이 꼭 마음에 박혀

들어왔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고 하지만 성실히 열심히 하다 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해서.

낭독해 달라고 한 이유를 물으셨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부탁드렸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고명재 시인님의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해 주셨는데 너무 감동적이고 좋았다.


곧 독서 모임이 있는 날이다.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근두근 설레는 기분이 든다.

고명재 시인님의 북토크를 다녀와서 더더욱 그 책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작은 변화의 바람을 타고 머물러 있지 않고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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