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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Jan 21. 2024

나에 대한 고찰

16.  농사를 짓게 된 이유

  2024년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1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지지만 나는 외출할 때 빼고는 여름에 살고 있다. 아침저녁을 제외하고 활동하는

시간 동안 하우스 안에 있기 때문이다. 추위를 많이 타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하다.


부모님께서 40년간 농사를 지으셨고 지금은 건강이 나빠지셔서 작스러운 은퇴를 하게 되셨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일을 도와 드려야 했고 겨울방학엔 거의 하우스에서 보냈던 것 같다.

남편이 귀농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반대를 했다. 아이들도 어리고 농사는 혼자 있는 게 아니란 부모님을 통해서 봐왔기 때문에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작은 아이는 눈도 잘 맞추지도 못하고 나에게서 떨어지려 하지도 않았다. 성장 발달도 느린 같아서 마음을 조리고 있었다.

남편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느 정도 느끼고 있지만 육아는 나에게 주어진 몫이었다. 동의도 구하지 않고 혼자서 시작해 보겠다 해서 말리지 않았다. 대신 나는 한다고 했다.

"네 손 안 빌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며 큰소리치고 애호박 농사를 시작했다. 작물 중에서 많이 가기로 유명한 애호박을 겁도 없이 덤볐다.


쉬는 날이 없이 일을 해야 한다. 꽃피면 수정하고, 인큐 씌우고, 덩 굴손, 옆순을 따야 했다. 유인 작업으로 줄에 집게를 찍어서 매달아 주는데 자라는 만큼 내려 주기도 해야 했다. 애호박도 따야 하고 선별하고 포장해서 출하도 해야 한다.


새벽 5시에 나가서 밤늦게 집에 돌아오곤 했다. 아이들과 놀아 시간도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이 오로지 일에만 매달려야 했다. 농사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아는 것도 없고 가르쳐 주는 형님이 있긴 했지만 궁금증을 모두 해결해 주지 못했다. 들어온 사람이라서 텃세를 부리려는 사람도 있었다. 부모님이 계신 곳이라서 그나마 편안하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힘들다고 말도 못 하고 내 눈치를 보는 남편을 나는 애써 외면했다. 독박 육아로 나도 편한 입장은 아니었으니까.. 나도 알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일을 하게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집 청소하고 밑반찬을 만들어 놓은 다음 하우스에 가서 따 놓은 호박을 선별해서 상자에 담아 포장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다.

호박은 하루가 다르게 얼마나 잘 자라는지 줄 내리기가 젤 시급했다. 이 일을 하면서 애호박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먹는 것은 크게 지장이 없었지만 줄기와 잎에 있는 가시가 피부에 스치며 피부 발진에 가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을 해도 호박 밭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작물을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식물 키우려면 따뜻한 온실이 필요했다.

암묵적인 합의를 본 셈이다. 어릴 때는 정말 싫었지만 생계가 달려 있고 그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으니까 괜찮은게 아닐까?

하우스 안에서 바라본 하늘
 잭푸르트  열매가 자라는 중..

나의 취미 열대수 키우기가 결실을 맺어 가는 중이다. 그래서 더욱 농사짓는 재미에 빠져 드는 중이다.

좋을 없지만 속에서 행복을 찾으면 된다. 뭐든 즐거운 것을 찾다 보면 나쁜 건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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