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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할인간 Feb 03. 2024

나에 대한 고찰

23. 이 시간이 좋다.

 늦은 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책상에 앉았다.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다.

어제 도착한 카카오 티를 한잔 마셔보려고 티백을 컵에 넣고 우려 지기를 기다리며 컴퓨터를 켰다.

오늘은 어떤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나 읽어 보기도 하고 좋아요도 눌러 준다.

어쩜 다들 글을 이렇게 잘 쓰시는 건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창문 너머로 비 소리가 들린다.  제법 빗줄기가 굵은지 조용한 세상에 비 소리로 가득하다.

비 오는 날 운전하는 거 빼고는 나름 비를 좋아한다.

나른하며 무직하고 게으름 피우기 좋은 날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 운치 있다.


곧 입춘이다.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가끔 계절을 잊은 개나리나 코스모스가 피기도 하지만

산책하다 보면 나무들이 물을 올리고 있었다. 여린 가지마다 연한 회색빛이 돌기 시작했다.

매화나무의 눈도 커지는 것 같고 얼마 후면 매화꽃 소식이 전해 질 것 같다.

하동 매화마을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하얀 눈이 나무에 꽃처럼  피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향기도 너무 좋았다. 이제는 못 가게 되어서 아쉽다. 농부에게는 봄이 참 바쁘다.

물량이 갑자기 확 늘어나 기쁜 전율의 댄스타임이다.  미친 듯이 일해야 하니까 크레이지 타임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몸은 고달프지만 주머니는 두둑해진다.


카카오 차를 우려내는 동안 다크 초콜릿 향이 아주 연하게 느껴진다.  맛은 단맛이 덜한 구수한 보리차 같다.

왜 물대신 마셔도 좋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프로젝트> 두 번째 책은 '복자에게'라는 책이다. 고명재 시인 산문집을 다 읽은 뒤라서

그런지 소설책은 술술 잘 읽어지는 것 같다. 제주도가 배경이라 갑자기 제주도에 가고 싶어졌다.

1년에 한 번은 제주도에 갔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여행이라고는 당일치기만 하고 있다.

고고리섬이 궁금해졌다. 푸른 바다가 눈앞에 일렁거리는 것 같다.


공상하기 좋은 비 오는 밤이다. 조용하게 흐르는 음악이 비 소리와 어우러져 화음을 만드는 것 같다.

턱을 괴고 앉아서 창을 한 참 바라보다가 봄맞이 무언가를 하나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작선인장 종류 중 하나 인 월하미인을 키워 보고 싶어졌다. 하얀색 꽃이 크고 아름다웠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꽃 색이 다양해서 한 번 사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수집 병이 도지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진다.

아직은 가끔 사진으로 보는 걸로 달래고 있다.


눈꺼풀이 무거워져 온다. 대목 앞이라 비싸니까 하나라도 더 따겠다고 고추나무 숲을 뒤지고 다녔다.

특 11박스와 상 9박스 땄다. 다리를 질질 끌고 달리기를 하며 허리를 혹사시킨 결과 물이다.

양이 많으면 콧노래를 부르면서 천천히 앞으로 앞으로 갔겠지만 이 놈의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광합성을 하기 참 어려운 날씨다.

빨리 따뜻한 봄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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