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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Feb 14. 2024

나에 삶의 조각들

24.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루 일과의 마지막 일정은 미술 학원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수요일은 탕후루 데이로 정해 두고 일주일에 한 번은 먹는다.

딸기를 좋아하는 딸은 딸기 탕후루를, 여러 가지 맛을 볼 수 있어 좋다는 아들은 믹스를 사 온다.

피곤한 날 나도 가끔 먹기도 하는데 두꺼운 설탕 코팅이 입술을 찔러 꼭 피를 본다.

너무 달기도 하고 차라리 그냥 과일을 많이 먹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아이들이지만 유튜브에서 유행처럼 사 먹는 영상들이 즐비하고 축제나 유명한 관광지에 가면 가게들이 있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탕후루 가게 안은 많이 한산해졌다. 3500원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곤 했었는데 조금은 시들해지고 있는 것 같다.

딸은 딸기 탕후루를 5분도 안되어서 먹어 치우고 아들은 과일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는다.

어쩜 저렇게도 다른지.. 보고 있으면 재미있기도 하다.


집으로 가는 30분 동안 우리는 차 안에서 음악을 같이 듣기도 하고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명절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학원에 산자(강밥)를 먹으라고 담아서 내놓았던 모양이다.

우리 아이들은 마지막 수업을 가기 때문에 둘만 마지막까지 남는다고 했다.

산자(강밥)가 하나 남아 있어서 선생님이 아무나 먹으라고 했는데 둘 다 손을 뻗었다고 했다.

큰 아이가 작은 아이에게 양보를 해주고 작은 아이가 반을 잘라 큰 아이에게 주었단다. 선생님께서 너희처럼 사이좋은 남매는 처음 본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서 동생을 챙기는 큰 아이와 어딜 가든 오빠 몫까지 챙기는 동생이라 더 각별한지도 모르겠다. 2살 차이라서 많이 싸울 거라 생각했는데 장난은 쳐도 싸운 적은 없었다.


 퇴근 시간 차가 많이 붐빈다. 줄지 어가는 차를 보면서 큰 아이가 학교 급식소에서 줄 서서 배식을 기다리는

행렬 같다고 했다.

학년별 급식소 줄 서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줄 서는 것 만 보아도 몇 학년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교실에서부터 일렬로 줄지어 들어오는 걸로 봐서는 1학년이라는 걸 안다고 했다. 아직 초등생티를 벗지 못 해 질서를 잘 지킨다고.

2학년은 좀 더 자유롭고 줄 대형은 유지하데 표정은 여유롭다고 했다. 3학년은 자유분방하고 무리 지어 오다가 배식하는 앞에서 줄을 선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가 목소리가 커지면서 '왜 선생님은 차례로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라고 했다.

나이는 천차만별이고 가르치는 과목은 모두 다른데 하는 행동들은 다 똑같은 거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안 그런 선생님도 몇 분 계시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양보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열변을 토했다.

한 번은 비켜 주기 싫어서 끝까지 버텨 배식을 받았다고 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너무 하다'는 말을 했다고.

아이들도 선생님이 급식소로 들어오면 '야 쌤 온다. 밀착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여학생들이 있는 줄에는 껴들지 않으면서 남학생 줄에는 당연하다 듯이 새치기를 하는 선생님을 보며 아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겨 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른이라서 당연히 양보받아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아이들에게는 규칙을 지키라고 가르치면서..

도착하는 순서대로 줄 서서 배식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아이와의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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