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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Feb 16. 2024

나에 삶의 조각들

26. 봄이니까..

 입춘을 지나 봄이 성큼 다가왔다. 매화도 피기 시작해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하우스 안으로 들어온다.

매화를 볼 때면 이제 봄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겨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아 잡초들이 푸르렀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이는 초록은 상록수 이거나

풀이었으니까..


눈이 오기는 했지만 쌓이지 않아서 좋았다. 눈을 보는 것은 좋지만 수많은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고 싶지 않았다. 어릴 기억으로 눈은 무서운 것이었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 살다 보니 몇 년에 폭설 같은

눈이 내리면 교통부터 많은 것들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겨울에 비닐하우스를 하시는 부모님께서 눈 내린 새벽 걸어서 하우스에 가셨다. 하우스 지붕 위에 쌓인 눈을 끌어내리는 고생을 하시기에 눈은 예쁘지만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생겼다.

꽁꽁 언 손과 눈이 녹아 출렁 거리는 소리가 나는 장화, 빨갛게 부은 발을 잊을 수가 없었다.


봄이 오고 있으니 이제 점점 더 바빠지는 시기가 돌아오고 있다.

농산물의 물량도 조금씩 늘어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좋겠다. 3월 준비로 지출해야 할 것이 많다.

봄 꽃놀이도  곧 시작될 것이다. 매화축제, 산수유꽃축제, 튤립축제, 벚꽃축제 벌써부터 일정들이 공유되고 있다.

못 가게 되겠지만 그래도 아쉽지 않은 것은 출퇴근하면서 지나가는 곳이 벚꽃명소 중에 하나 이기 때문이다.

길은 좀 막히겠지만 그래도 아름다우니까 천천히 지나가도 좋다.


하우스 안에 많은 식물들이 있음에도 사이트를 열어 식물들을 구경한다. 올해 트렌드 꽃은 무엇인지, 어떤 과일나무들이 새로 나왔는지, 어떤 품종이 개량되어 새로워졌나 구경할 것이 많다.

꽃들의 색은 또 얼마나 화려하고 예쁜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남편은 어떤 것 들을 구매해 드려 놓을지 걱정반 기대반이 되는 모양이다. 자리가 자꾸 좁아져 사람 다닐 길이

없어진다며 볼멘소리를 해도 나의 지름은 멈출 수가 없다.

예쁜 걸 어떡하냔 말이지~


하우스 안에는 주로 열대과일나무를 키우지만 꽃을 키우고 싶은 구역도 정해 두었다. 마당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을 가지고 올 예정이다.

주로 활동하는 장소에 쉴 겸 꽃을 보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봄이 오니까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우선 공작선인장 11종을 주문해서 도착했다. 서비스로 2종이 더 왔다. 품종이 겹치지 않아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중이다. 꽃이 너무 예뻐서 가격이 부담가지 않은 선에서 골랐다.

한 뼘 정도 되는 크기라서 한 참을 키워야 하지만 그래도 기다릴 수 있다.

아직은 모종인 공작선인장의 꽃사진을 사이트에서 가져왔다.

튤립 4종과 수선화 3종, 겹 프리지어 5종도 구근이 도착해서 화분에 심어 두었다.

종류가 많았지만 예쁘고 특이한 꽃은 벌써 품절이었고 남아 있는 것 중에서 예쁜 아이들로 골랐다.


구근들이 도착해서 껍질을 까면서 큰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가 오면 이 다마네기들은 다 뭐꼬? 할 거야."라는 말을 하기 무섭게 남편이 들어오면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말을 해서 참을 웃었다.

사이트에서 가져온 구입한 튤립사진
구입한 사이트에서 가져온 수선화 사진
프리지어가 색이 참 다양하다. 사이트에서 가져온 사진.

이렇게 예쁜데 안 살 수가 없었다. 자동으로 물을 주기도 하지만 화분에 있는 식물들은 노수기를 들고 물을 줘야 한다. 팔이 아프겠지만 피어나는 꽃들을 보게 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하고 싶은 리스트도 정해 두었다.

1. 테이블에 앉아 차 마시면서 책 보기

2. 사색하면서 글 쓰기

3. 지인 초대하기

4. 꽃이 질 때까지 하루에 한 번은 산책하기

5. 꽃사진 많이 찍기

어서 예쁜 꽃이 피어나면 좋겠다.. 봄이 오니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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