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서재

2026년 첫날에

by 홍조

전망 좋은 서재를 원했다. 서재를 갖게 되었지만 전망은 깨금발을 들어 겨우 보게 되는 앞산이 전부다. 그게 어디냐고. 그렇다. 나만의 서재가 있다는 게 어디인가. 책으로 둘러싸여 그 제목들이 뿜어내는 유혹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전망 따위야 있든 없든 강렬하고 행복하다.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 그래도 아쉽긴 하다. 근동에서 으뜸인 산의 우람한 자태와 우백호 낮은 산자락으로 해가 질 때 그 아름다운 풍경을 이 서재에서 볼 수 있다면... 미련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줄잡아 5000여 권의 책이 있다. 선친의 손때가 묻은 옛날 책도 있고, 동생과 지인들이 이사하며 버리기는 아깝고 둘 곳 없어할 때 받은 책들도 많다. 만화책부터 대입 수험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것은 국내소설, 그다음은 국외소설, 비슷한 정도로 법률서와 역사서가 많다. 책은 그 집주인이 살아온 역사를 보여주기 마련이다. 지금 나의 서재에는 남편과 나, 우리의 원가족과 우리가 일군 가족이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서재의 진정한 전망은 창밖의 자연이 아닐지 모른다. 올해 나는 이곳에서 내 첫 수필집을 쓰고 싶다. 가능하면 단편 소설과 시도 몇 편 쓰면 좋겠다. 2026년 첫날 이 바람은 내 서재의 진정한 전망일 것이다. 생각과 습관이 닳아 행동을 낡게하지 않도록 매일 내 서재의 전망을 되새김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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