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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잡설] 01 모나미볼펜

아버지의 흔적

by 아리미 이정환

[대방잡설] 2. 모나미볼펜

모나미.jpg



돌아가신 아버지의 서랍을 정리했다. 떠나신 지 3년이 지나도록 미루고 미뤘던 일이다. 아버지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면 마음이 허전할 것 같아 차마 손을 대지 못했는데, 입춘을 맞아 대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서랍을 열어보니 모나미 볼펜이 한 묶음이나 나왔다. 무려 14자루. 모두 한 번씩은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아마 한 다스를 사 두고 하나를 꺼내 쓰다가 잊어버리고, 또 하나를 꺼내고, 그렇게 반복되며 쌓인 것 같다. 새것도 아니고 헌것도 아닌 볼펜들이 14자루나 되었다.


필기할 일이 거의 없는 요즘, 저걸 다 쓰려면 아마 평생을 써도 못 쓸 것 같다. 아들놈들에게 쓰라고 줘 봤지만, 요즘 누가 이런 걸 쓰냐며 투덜댄다.


대방잡설은 살면서 매순간 일어나는 일상에 대한 소견을 짧게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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