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상
지식의 99%는 선천적이고 나머지는 그 변양일 뿐이라는 생각. 칸트는 선험적 지식을 말했고, 포퍼는 과감하게 99%는 선험적이라는 설을 주장했는데, 나는 이게 꽤 타당하다고 본다. 우리는 일련의 현상들을 직관에 잘맞는 설명으로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줄때 이해했다고 한다. 반직관적인 지식은 머릿속에 남아있기가 어렵다. 그것은 이해되는것이 아니므로.
생각해보면 직관은 위대하다. 직관에 반하지 않는 단순한 것이 진실일 확률이 높다는 ‘오컴의 면도날’은 단순한 편향이 아니라, 오랜 생존의 역사 속에서 증명된 통계적 지혜니까. (물론 직관은 오류를 잘 일으킨다. 그러나 또한 대단히 잘맞기도 한.. 위대하면서도 수치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이 강력한 직관을 정면으로 배반한다. 직관적이지도 단순하지도 않은데, 즉 오컴의 면도날에 잘려나가 마땅한 것이지만, 수많은 반증시도를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오로지 수학으로 증명하고, 설명이 가능한 것. 참으로 위대하다 수학이여! 아마 미시세계가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이유는 우리가 미시세계를 직접 ‘관측’하며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애초에 '관측'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이 포인트가 재밌다. 우리가 가진 완벽해 보이는 직관과 이성도 결국은 ‘관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통하는 룰이라는 것.
그렇다면 관측 가능한 우주를 벗어난 저 너머의 세계는 어떨까. 가령 초거대우주 구조와 같은것이 있다면. 미시세계가 그랬듯, 거대한 우주 너머 또한 우리의 직관이나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완전히 다른 체계로 움직이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