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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말함 Jun 15. 2022

갓생 갈겨!

  나는 매일 쳇바퀴를 돌듯 살고 있다. 나의 쳇바퀴를, 김상민의 <아무튼, 달리기> 속 문장의 오마주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다.  

"하루는 99퍼센트의 루틴과 1퍼센트의 이벤트로 구성된다. 루틴은 지구의 공전처럼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일상이다. 아침마다 빼먹지 않는 각종 영양제, 빠지는 머리카락과 부지런한 쓸기, 버스 시간에 맞춘 1시간 이른 출근길의 뉴스레터, 샤워 후 빼놓을 수 없는 발 마사지와 두툼한 양말 신기, 침대맡 조명 아래 읽는 한 권의 책까지, 불가피한 현실과 좋아하는 취향들이 뒤섞여 빚어내는 삶의 단면이다. 그렇게 루틴은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똑같은 얼굴을 한 채 반복된다."

 

  나는 지겨운 걸 잘 모르는 사람이다. 매일의, 그리고 일주일의 루틴이 견고히 유지된다. 반복되는 패턴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나는, 타인에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다. 나랑 연락을 주고 받는 이라면 내가 이 시간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다. 가령 평일 오후 7시의 나는 무조건 체육관에 있다. 내가 세운 루틴에 맞게 꾸준한 일상을 유지하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열심히 산다고, 성실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 일상의 모토는 '항상성의 유지-와 이를 통한 점진적인 성장-'이므로 사실 별다른 생각이 없이 매일을 그저 열심히 살아낼 뿐이다.

  

  손하빈 밑미 대표의 세바시 강연을 본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리추얼이란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을 말하는데 그는 강연을 통해 '반복하면 행복해지는 리추얼의 비밀'을 다뤘다. 그가 소개한 리추얼은 자기 자신을 위한 밥상을 차리고 이것에 대해 매일 기록하기 등이 있었는데 리추얼이 행복과 닿아 있는 이유는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이 매일 매일 자신을 돌보고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상이 망가져서 자질구레한 일들을 방치하는 게 아니라 자질구레한 일들을 방치해서 일상이 망가진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야 하는 나이가 된 탓이다."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쳇바퀴를 돌았다. 자질구레한 일들을 빠짐 없이 반복함으로써 나의 세계를 열심히 쓸고 닦았고 나를 들여다 보았다. 매일 같은 쳇바퀴를 돌고 있는 나는 사실 제자리에 머무를 수 없다. 쳇바퀴를 돎으로써 내 삶의 깊이를, 나 자신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나의 체력을 어마무시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유행하는 '갓생'은 바로 쳇바퀴, 루틴, 리추얼의 MZ적인 용어가 아닐까 싶다. 다들 갓생 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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