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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루 Mar 14. 2023

보석란

아픈 손가락



“엄마, 나 삼일회계법인 합격했어요!”

“어머, 정말! 축하해 아들! 전화해 줘서 고마워.”


최종면접을 잘 못 본 것 같다는 말을 전해 들은 터라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제일가고 싶은 회사라 아들이 실망할까 봐서다. 옆지기는 아들내미가 올해 운이 나쁘지 않다고 기다려보라고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는 뽑는 인원도 많고 아들내미 스펙도 좋은 편이라 걱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3대 회계법인에 모두 합격하고 그중 삼일을 선택한 것이다. 대학 갈 때는 모두 떨어지고 한 곳만 합격했는데 취직은 이렇게 힘든 시기에 골라갈 수 있게 되다니 참 감사하다. ^^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아들은 몸이 아프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진로를 고민할 때도 병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전문직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회계사를 선택하게 되었단다. 옆지기는 공부를 계속하기를 바랐지만 아들은 현실적인 답을 찾았다. 빨리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거다.


2년 반 만에 합격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버스 타고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집 앞 독서실에서 고3처럼 열심히 공부했다. 작년에 1차 합격, 2차에서 네 과목을 합격하고 올해 한 과목 월등한 점수로 합격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잘 보내고 전문직 합격에 취직까지 해냈다.


아들은 나에게 보석 같은 존재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직장 생활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솔직히 걱정은 된다.


어제 오랜만에 아들내미가 집에 왔다. 옆지기도 저녁 약속이 취소되어서 모처럼 세 식구가 함께 밥을 해 먹었다.

아빠 소득공제 신청 때문에 온 것이었다. 장애인 서류를 첨부하면 공제를 꽤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옆지기도 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들 성격을 알기에 당고모에게 부탁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아들은 이제는 역촌동 생활이 안양보다 편한 모양이다. 어머님 집에서 모든 생활이 짜여 있기 때문일 거다. 까다로운 손주를 돌보느라 시어머님이 맘고생을 많이 하셨다. 수험생 뒷바라지가 쉽지 않은데 게다가 까칠한 성격 탓에 먹거리 챙기기도 쉽지 않으셨을 거다. 어머님 고생이 헛되지 않아서 무엇보다 다행이다.


옆지기는 어머님 혼자 계시는 것보다 아들내미가 함께 거주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한다. 추석에는 팔당에 다녀오기로 했다. 노스님께 감사인사 드리고 친정엄마 나무도 돌보고 올 거다. 조상의 공덕으로 오늘을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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