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자^^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고 보니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이 살면 30년이 될 것 같다. 그보다 더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 딱 지금 친정 엄마 나이 때이다. 내 몸을 나 혼자 건사할 수 있고 내 의지대로 생활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건강하다 살다가 가고 싶다.
아들이 대 2병에 걸린듯하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친구들이 하나둘 군대에 가고 혼자 교정에 남아있다 보니 3학년이 되어서는 더 심해졌다. 몸까지 말썽을 피워 장염에 근육통에 한 달을 고생하더니 자기도 지쳤는지 이제야 휴학을 하겠다고 한다. 이미 시작한 학기니까 이번학기는 끝내고 쉬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들은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그래 쉴 때도 되었지 무언가 전환기가 필요하다 싶어서 허락을 했다. 다행히 등록금의 삼분의 이는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남편은 아들의 건강에 무척 신경을 쓴다. 그런데 표현방식이 과격하다. 그래서 남편과는 아들 일에 대해 상의할 기분이 안 난다. 어제는 지독한 아들 방귀냄새 때문에 장에 탈이 난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이 스스로 몸을 챙기지 않은 것에 대해 으레 하듯이 화를 내었고 아들도 참다못해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시위를 했다. 난 중간에서 이리저리 허둥지둥 헤매기만 했다.
왜 서로를 사랑하는 데 상처를 주는 걸까... 남편은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휙 나가버리곤 했는데 어제는 다행히 아들을 불러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 다행이다. 고맙기까지 하더라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에 대한 오해를 푼 것 같다.
남편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자기가 살아 있을 때 무언가 해놓고 가기를 원한다 했다. 그러나 나 같으면 죽음을 겪어봤다면 가족들에게 더 애틋하게 잘 대할 것 같다.
화날 때마다 하는 말 "나 없이 둘이 서만 살아봐라” 이 말이 비수처럼 상대방에게 꽂힌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남편이 언제 우리 곁을 떠날지 몰라 불안해 하기보다는 함께 있을 때 그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이생의 삶을 잘 보내고 싶다.
"아들! 너도 너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네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잘 찾아보렴"
내게 남은 생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매일매일이 그 첫날이 될 것이다.
5년 전에 쓴 이 글을 읽고 보니 그때에 비해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을 알게 된다. 남편 일은 좀 불안해졌지만 아들이 자기 갈 길을 잘 찾았고 평생의 짝도 잘 만나고 있다. 우리 가족은 다행히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무사히 잘 통과했다.
‘에네르게이아’는 그 순간만이 의미 있는 운동이라 한다. 춤을 출 때를 떠올리면 된다. 춤추는 그 시간에 집중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에네르게이아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알 수 없다. 오직 오늘만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남은 생의 첫날이자 내가 가장 젊은 날이 오늘이다.
후회하지도,
불안해하지도 말고
오늘이라는 날을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디디며 살아가자.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