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금 유머 인문학 05.
어쩌다 새벽에 잠이라도 깨면, 몸은 만사가 귀찮아도 머리는 오만가지 생각으로 바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평균 6~7만 개의 생각을 한다는데, 오만가지는 꽤나 근사치다.
하여튼 매일 수만 가지 생각이라니 머리가 지끈 지끈하다.
다행히 하루 수만 가지 생각 중에 90%가 어제와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가급적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태생적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신속하고 편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습성을 가진다.
인간의 뇌 무게는 몸의 1/50에 불과하지만, 산소 소비량의 20%를 사용하는 에너지 과소비 기관이다.
그러니 우회로가 있거나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그 경로를 사용해서 뇌에 주어지는 부하를 최대한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따라서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매번 새로이 생각하거나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앞선 경험이나 고정관념에 의존하여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에 하나가 이른바 ‘통밥’이다.
유식하게는 ‘휴리스틱’ (heuristics)이라고 하는데, 인류의 오래되고 편리한 생존 습관의 하나이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를 빨리 풀기 위해 쓰는 판단의 기술이다.
대기 줄어 많은 식당을 가거나, 치킨은 맥주랑 먹어야 제맛이며, 피로할 때 박카스를 찾거나, 마감임박 홈쇼핑에 주문을 서두르는 행동들이 모두 통밥에 의한 것이다.
특히 경험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들먹이며 “이건 안 봐도 비디오네!"하고 통밥을 호기롭게 외친다.
하지만 “여름 한 철만 사는 곤충에게는 얼음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없다.”(장자)는 말처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세계는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그 인식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개인적인 경험을 맹신하다 보면, 나중에 크나큰 낭패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날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한 중년 남자가 백방으로 살 빠지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1달러를 내시면 1kg의 체중을 빼 드립니다“라는 골목 간판을 보고 그 집엘 들어갔다.
10달러를 내자 심부름꾼이 와서 어느 방으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그 방에는 꽤 아름다운 아가씨가 침대에 앉아있다가 중년 남자가 들어서자 일어서서 그를 피하려고 하였다.
그렇게 한 시간을 도망 다니다가 아가씨는 못 이긴 듯이 살그머니 잡혀주는 것이었다.
중년 남자가 방을 나와 몸무게를 달아보니, 딱 10kg이 빠져 있었다.
이튿날 그는 20달러를 갖고 그 집을 다시 찾았다.
그러자 어제의 아가씨보다 훨씬 더 예쁜 선녀 같은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다가, 역시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두 시간 동안 쫓아다니다 겨우 붙잡아 침대로 끌고 갈 수 있었다.
20kg이 빠진 것은 물론이다. 30달러라면 한 번 보고 죽어도 좋을 미녀를 만나리라 생각한 중년 남자는 다시 그 집을 찾았다.
그가 들어간 곳은 운동장만큼이나 큰 방이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문을 채워버리는 것이었다.
방안에는 우락부락한 중년 여인이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가 들어서자마자 먹이를 본 짐승처럼 덤벼들었다
그는 혼비백산해서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세 시간 후 그가 기진맥진한 채 나왔을 때 그의 몸무게는 정확히 30kg이 빠져 있었다.
말 나온 김에 한 마디 하자면,
최근에 훌륭한 다이어트 방법의 하나로 섹스가 새삼 주목받는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바쁜 일상에 섹스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운동선수의 훈련에 버금가는 격렬한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뼈와 살이 타는 뜨거운 섹스는 심폐기능을 향상시켜 온몸의 말초혈관까지 팽창하게 만든다.
몸 구석구석까지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것은 물론 격렬한 움직임으로 열량이 소모된다.
격정적인 섹스는 500kcal 이상의 열량이 소모되어 격렬한 달리기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게다가 쾌감에 반응하는 뇌 부위가 섭식중추와 겹쳐 있어 성욕이 충족되면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성욕과 식욕을 동시에 해결하는 기막힌 다이어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시중에 나와있는 다이어트 비법은 26,000여 가지로 차고 넘친다.
다만 그 뜨거운 관심에 비해 성공률은 고작 5%에 불과하다고 한다.
비만의 용의자가 탄수화물에서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으로 옮겨 다니면서, 아직 그 주범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뱃살이 곧 인격이라고 넉살 피우기도 하면서 비만에 대해 관대한 편이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비난과 부러움이 혼재되어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비만을 일으키는 식탐이 인간의 사치를 부추겨 전쟁까지 불러일으킨다고 비난하고, 단테는 7대 죄악 중에 식탐을 정욕보다 더 심한 죄로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윤리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들 사이에는 뚱뚱한 사람이 비쩍 마른 사람보다 더 부유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사실 인류사의 대부분은 먹거리가 충분하지 못해서 푸짐한 살집을 더 부러워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비만인 사람은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심지어 타인에게 비만을 전염시킬 수 있는 보균자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뚱뚱한 사람을 친구, 형제, 배우자로 둔 사람은 스스로도 살이 찔 가능성이 각각 평균 57%, 40%, 37%나 높다.
사람 내장에 있는 비만과 관련된 박테리아 중 일부가 공기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척결의 대상이 되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먹는 게 남는 거’라고 악착같이 먹이를 탐했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시인 유용주는 그의 시 중견(中犬)에서 살 빼려고 발버둥 치는 자신의 모습을 가소롭다고 자백한다.부끄러움을 공감하지 않을 순 없지만, 거울 속 뱃살이 주는 자괴감보다는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