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를 공부했지만 남편과는 불통입니다.
제목의 탄생
2022년 12월의 어느 수요일.
그날은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40분 걸리는 도서관에서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독서심리상담사.
30분 정도 일찍 가려고 시간을 계산했더니, 10~20분쯤 시간이 떠서 마침 그날 쉬는 날인 남편에게 첫째 셔틀 좀 태우고 오면 나가야겠다고 부탁을 했는데 준비를 다 하고 기다려도 30분 간 남편이 집에 오지를 않는 것이다.
아직 영유아인 둘째가 자고 있어서 두고 나갈 수도 없고 마음이 타들어가는데 카톡도 안 읽고 전화도 안 받는 남의 편. 이쯤이면 내 인생의 빌런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지 않겠는가?
짐작이 가는 곳이 있어 셔틀 같이 태우는 친구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아침부터 너무 죄송한데 혹시 남편분 애아빠랑 같이 있으면 빨리 좀 들여보내 달라고 전화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하여 나는 3만 원을 들여 택시를 타고 겨우 나의 집단을 늦지 않고 무사히 시작했다는 이야기.
도서관에서, 내담자들에게 삶의 태도,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및 소통과 같은 것을 이야기 나누고 바삐 다음 발걸음을 향한 곳은 바로 부부상담이었다.
결혼 10년 차...
어느새 대화는 줄고 싸우기 싫어서 말을 안 하다 보니 점점 멀어진...
아이 친구 아버님이 들려주는 사업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와이프의 출근을 까맣게 잊었다는,
자기는 원래 뭔가에 빠지면 다른 게 안 보인다는 남편을 이해해야 하나요?
남이면 아, 저 사람은 저렇구나~ 할 텐데 배우자로서 너무 불편한 지점인 것이다.
심지어 내가 당연히 화가 날 상황이지 않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내가 "뭐 하는 짓이야?"라고 언성을 높였다고(그때까지도 친구 엄마 전화받고 헤어지며 그 집에 급한 일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고...) 억울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에 상담사로, 내담자로 바로 변신을 하며 제목과 같은 생각이 들어 인생이 참 재밌다고 느꼈다.
네, 저는 심리학과 전공은 아니지만,
치료를 전공하며 심리학을 배운, 박사 수료생이지만 남편과의 소통에는 실패 중입니다.
성숙하게 잘하고 계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선생님이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친다는 것처럼, 내가 겪고 있는 이 아이러니를 한 번 풀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