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의 기록

그리고 아직 해결된 것은 없다.

by 밍밍
나는 사기를 당했다.


지금도 이 문장을 쓰며 마음이 고요히 떨린다.

돈으로 따지면 거의 2억, 아니 대출 이자까지 합하면 2억이 넘는 금액을 사기로 잃었다.

하지만 내 삶에서 사라진 건 단순히 돈뿐만이 아니다.


믿음, 관계, 신뢰, 여유,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나는 너무도 오래 그 사람을 ‘믿는 쪽’을 선택해 버렸다.


내가 당한 건 안타깝게도 너무나 전형적인 사기였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감정의 현장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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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혼란스러웠다.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닐까, 멍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이 사실을 남편에게 오픈하고부터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나의 납작 엎드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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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에게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코로나 때 철저히 고립되며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치솟았던 나는 안전하다고 소문난 엄마표 영어 자격증 수업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중간, 기말 과제에서 조모임을 하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친해진 조장 언니였다. (언니라고 쓰는 게 너무 이상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기도 하고 그때는 그랬다.)

어딜 가나 소수로 깊이 친해지는 내향인인 나는 그렇게 때마침 시작하던 나의 그림책 모임들을 응원하고 조언해 주며 내 삶에 쑤욱 들어온 이 사람을 고마운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나를 진심으로 도우려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지금 돌아보면 말도 안 되는 순간들을 이해로 받아들였다.


"넌 참 선해. 그런 사람은 돈 벌기 어렵지."

"내가 도와줄게. 널 보면 내가 움직이고 싶어 져."


나는 그게 ‘진심’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진심은, 돈 앞에서 완전히 증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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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1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연락은 없다.

민사도 준비해야 하는데,

변호사를 만나보니 수임료는 현실 밖의 이야기고

상대방은 이미 재산을 은닉한 상태로 보여 지금 우리 상황에 추가적인 지출은 쉽지 않다.

결국 민사도 직접 진행할 생각이다.

그래서 아직은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내가 처한 현실은,

그 사기를 ‘알아버린’ 이후의 끝나지 않는 감정의 방이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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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아침이면 평소처럼 아이들 등교 준비를 도와주고 출근을 한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웃으며 수업을 하는데 어딘가 매가리가 없는 듯도 하다.

저녁 밥상은 자꾸 늦어지, 상 위엔 대충 끓인 국과 김치만 놓인다.

퇴근길엔 아무 이유 없이, 버스를 반대쪽으로 잘못 탄 걸 한참 후에 깨닫기도 한다.

멀쩡한 얼굴로 살아가지만

내 마음 어딘가는 구겨진 종이처럼 잔뜩 망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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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의 기록이다.

살아내기 위한 기록이고,

이 감정의 방을 빠져나가기 위한 출구일 것이다.

아직은 진행형인 이 시간을

하나씩, 천천히 풀어내며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진짜 괜찮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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