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2024년 7월) 이커머스 기업 큐텐의 대표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인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회원과 판매업자, 온라인 공급업자, 거래 업체나 하청업체 및 소비자와 소상공인 셀러로 등록한 회원 등 다양한 집단의 피해 사례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고, 사회적 파급력 및 경제적인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티메프 미정산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벌써 재현되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스토리 독자 여러분들 혹시 알렛츠라는 플랫폼 들어보신 적 있으신 지 모르겠는데요. 바로 이 알렛츠라고 하는 플랫폼이자 온라인 중심 쇼핑몰이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상태로 급작스러운 폐업을 해버렸습니다.
티몬, 위메프에 이어 알렛츠까지 그야말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이커머스 산업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고, 어쩌면 구조조정이나 돌려 막기 식으로 명맥만 이어가던 플랫폼을 정리할 수 있는 이커머스 산업 재편의 기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렛츠의 폐업 신고는 지난달 티몬 위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에 상대적으로 거래 규모나 플랫폼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형 이커머스로 사태가 점차 확산이 되는 모양새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렛츠는 인테리어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알만한 플랫폼이었는데요. 2016년부터 오픈을 했기 때문에 의외로 업력이 8년 가까이 되었고, 인테리어 분야에서는 나름 인지도를 쌓아온 대표 온라인 쇼핑몰 기업이었습니다. 월평균 방문자 수가 30만 명 정도이기 때문에 티몬이나 위메프와 비교하면 카테고리 제품이 다양하지는 못하고 규모도 그렇게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나름 유명한 플랫폼이었는데 판매 대금 정산이 안 된 상태에서 경영 환경이 위기에 처하자 회사 운영을 전격적으로 중단한 것입니다.
지금 알렛츠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들어가 보면,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달 말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공지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경영이 어려운 사태로 이미 알렛츠의 임직원들은 대부분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봐도 티몬 위메프와 거의 유사한 사례가 벌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알렛츠라는 쇼핑몰도 물건 판 대금을 판매자한테 정산해 주는 주기가 60일 정도로 길었고, 이 돈을 자기들 입맛대로 가져다가 쓴 걸로 추정이 되는데 이는 추후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봐야 확실해질 것 같긴 합니다.
큐텐도 부실이나 투명하지 못한 대금 사용이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알렛츠의 경우 재무 상태도 굉장히 부실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작년 기준 매출액이 150억 정도인데, 당기 순이익은 커녕 당기 순손실이 100억 넘게 집계되었습니다. 적자가 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플랫폼 기업이 가지고 있는 돈도 없는 상황에서 판매가 부진해지니 돌려 막기가 안 되고, 이것 때문에 결국 대규모 판매 대금 미지급 사태로 이어진 걸로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해결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며 외부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은 했습니다만 쉽지 않았고 결국 투자자를 구하는 일도 잘 안되면서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티몬, 위메프, 알렛츠 뿐 아니라 이커머스 기업 상위의 플랫폼 기업들도 상황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점유율 상위 이커머스도 부채와 부채비율이 높아서 상당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도 상위 10위권 안에 뽑히는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 중에서 에이블리, 버킷 플레이스, 정육각, 발란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당히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에이블리나 오늘의 집 플랫폼으로 유명한 버킷 플레이스의 경우 나름 해당 분야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상당히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이 의외이기도 하면서 스타트업계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소식이었습니다.
물론 에이블리나 버킷 플레이스(오늘의 집)이 자본잠식 상태라고 해서 당장 파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여전히 기업 몸값과 거래대금이 상당한 플랫폼들이고, 기본적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면서 판매대금을 모아두었다가 특정 주기마다 정산하는 플랫폼 특성상 그 과정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한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적자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고, 해당 플랫폼은 M&A 시장에 나올 수도 있고, 추가로 신규 투자를 받을 만한 여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100%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적자가 아니라 흑자가 나고 있더라도 플랫폼 기업의 현금흐름이 한순간에 막히는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티몬, 위메프, 알렛츠 사태처럼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거나 파산하게 되면 피해자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성장성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미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은 2010년 중반대에 설립되기 시작하여 2019~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비대면, 펜트업 소비 등에 기대어 급성장한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 특수를 제대로 누린 산업이 국내 이커머스 업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커머스 산업을 물류에 투자를 지속해야 합니다. 거래량이 늘어나면 물류센터도 더 지어야 하고, 인력도 더 뽑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투자는 계속해야 하는데 매출 증가율은 정체하거나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한 플랫폼도 하나둘씩 늘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에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소비자들의 신뢰마저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이커머스 산업 전체에 굉장한 악재로 보여집니다.
이커머스나 오픈마켓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성이 정체되고 있다는 것은 다르게 해석하자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신규 회원 모집 여건이 어렵다는 뜻으로 이 말인즉 새로 플랫폼에 유입되는 고객이 없고, 이미 가입할 만한 사람은 다 가입했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경기 침체나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점점 닫히고 있고, 실질구매력 마저 크게 감소하는 것도 이커머스 플랫폼의 고비용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구조는 아닌가 싶습니다.
이커머스 산업에 속한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생존을 위한 전략을 짜내야 할 시점이 찾아왔습니다. 성장성이 정체되었기 때문에 신규 고객 유입이 어렵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틈새시장 발굴, 해외 시장 진출) 아니면 반복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팬덤을 만드는 방식으로 일종의 충성고객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과연 티메프와 알렛츠 사태로 촉발된 이커머스 산업 전체의 위기를 넘기고 어느 플랫폼들이 살아남게 될지 궁금하며, 또한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은 무엇이 있는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