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발전기와 부화기에서 발견하는 21세기 믿음의 효력
6월 13일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던 백정기 작가의 <촛불 발전기와 부화기> 작품 안에서 3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났다. <촛불 발전기와 부화기> 작품은 염원을 상징하는 촛불이 전기로 전환되어 실제로 생명체의 탄생을 이루어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생각과 마음이 현실에 결과를 만들어내는, 어떤 정신적인 행위가 물질세계에 실체화되어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촛불로 대변되는 마음의 힘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한다.
국가와 민족을 불문하고 존재하는 은밀한 믿음과 종교는 실로 수수께끼처럼 느껴진다. 먼 과거부터 행해져 오는 온갖 믿음 섞인 주문과 미신, 의식들은 그것에 실제로 효력이 있기 때문에 존재해 온 것일까 언제나 의문을 가져왔다. 기우제가 비를 내리게 할까? 신성한 존재가 진정으로 우리의 바람을 엿듣고 이루어 줄까? 비교적 많은 문제를 과학과 기술이 해결함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습관적인 기도를 한다. 그 이유를 과학과 기술이 해결해 줄 수 없는 어떤 결핍된 감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컨대 위로와 격려 같은 감정이나 계속 살아가기 위한 근거 같은 것 말이다. 과학은 그저 세상은 이렇고 저렇다는 정보만을 얘기해주지 않기 때문에.
과학이 사실적 해법이 없는 인간 존재의 문제들을 다루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이지만 백정기 작가의 촛불발전기와 부화기 작품 안의 과학은 적어도 나에겐 과학이 해결해 줄 수 없던 정서적 갈증에 대한 해소를 느끼게 해 준다. 아무리 기술과 과학이 발달해도 과학은 결코 종교를 대체하지 못할 테지만 예술이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해 준다.
2023.6.3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