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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은 보물 같은 식재료들 1.

유기농 블루베리

by 해바라기

콜로라도에서의 첫 만남: CSA와 신선한 농산물

미국에서 살았을 때, 나는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프로그램을 통해 신선한 농산물을 접할 기회를 얻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농부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이 기른 채소와 과일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었다. 매주 상자 속에 어떤 채소와 과일이 들어 있을지 궁금해하며 기다리던 그 순간들은 단순한 장보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미국에서 경험한 이 신선한 농산물과 농부와의 관계는 나에게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시켰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이 경험을 이어가고자 했다.



블루베리 농장을 찾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유기농 블루베리를 찾는 일이 큰 도전이었다.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유기농’이라는 라벨이 아닌, 어떻게, 누가 기른 블루베리였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에게 블루베리를 먹이고 싶었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에게 자연과의 연결과 건강한 먹거리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유기농 블루베리를 판매하는 농장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의 농장에서 블루베리 따기 체험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 농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바로 그곳이 ‘블루베리 할아버지’ 농장이었다.



신선함을 넘어선 특별함

농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직접 블루베리를 따는 체험을 했다. 아이들은 푸른 나무에서 열리는 블루베리를 따며 신기해했고, 농장 주인 할아버지는 우리가 블루베리를 따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농장 주인 할아버지의 따뜻한 미소와 함께, 그날부터 우리는 블루베리 할아버지라는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할아버지께서는 블루베리 관리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 계셨다. 블루베리 껍질에 있는 흰 가루, 즉 천연 왁스는 블루베리의 신선함의 증거인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물에 씻으면서 이 왁스까지 씻겨 나간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이 부분을 매우 안타까워하시며, "천연 왁스를 씻지 않고 그대로 먹어야 블루베리를 완전히 먹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농장에서 자란 블루베리들은 물에 씻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비가 오면 가림막을 덮어 블루베리가 물에 젖지 않도록 보호하고, 먼지를 털어내며 블루베리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돌보셨다.



블루베리의 진정한 맛, 한 입 가득 즐기다

이 농장에서는 블루베리를 한 개씩 먹지 말고 한 주먹 가득 먹어보라고 하셨다. 처음 한 입 가득 블루베리를 먹었을 때, 그 상큼하고 청량한 맛에 깜짝 놀랐다. 각 블루베리에서 나오는 다양한 맛과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며, 블루베리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블루베리를 한 개씩 먹는 대신, 한 주먹씩 먹으며 그 맛의 향연을 즐기게 되었다. 이 농장에서 재배된 블루베리는 특히 크기가 크고 과육의 향과 청량감이 뛰어나며, 백원짜리 동전 크기의 블루베리도 있어 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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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을 우선시하는 농장

농장에는 화이트보드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곳에는 해마다 블루베리를 구매하는 고객들의 주문 내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매년 이 농장을 찾아 블루베리를 주문한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는 유기농 체인매장에서 제안한 계약 제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기존 고객들과의 관계를 생각하여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해마다 구매해주시는 고객들과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할아버지의 이러한 철학은 농장 운영의 근본적인 원칙이었고,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신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이후 우리는 매년 블루베리 수확철마다 농장을 찾았다. 아이들은 점점 자라면서도 블루베리를 따던 그 기억을 잊지 않고, 블루베리를 먹을 때마다 "블루베리 할아버지가 키운 거야!"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 농장은 우리 가족에게 단순한 식재료를 사는 곳이 아니라, 가족의 특별한 추억이 담긴 장소가 되었다.



블루베리 구매 팁: 신선한 블루베리 고르기

✔ 최적의 구매 시기: 6월 말 ~ 7월 초 (가장 신선한 시기)

✔ 좋은 블루베리 고르는 법: 크기가 크고 단단하며, 껍질에 흰 가루(천연 왁스)가 있는 것이 신선함의 증거

✔ 보관 방법: 씻지 않은 상태로 냉장 보관, 장기 보관하려면 냉동 보관 추천




유기농 블루베리는 이제 우리 가족에게 단순한 과일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농부의 정성과 시간을 함께 느끼며 먹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히 몸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블루베리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넘어서 소중한 관계를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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