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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

일도, 아이도, 함께 자라는 삶 (4)

by 해바라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일하면서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게 정말 가능한가요?”
“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와의 시간이 희생되는 것 아닌가요?”


나는 이 질문에 분명히 답하고 싶다.

“저는 오히려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위해 일합니다.”



나는 아이들이 엄마의 삶과 일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업무의 과정과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이야기해 준다. 엄마의 상황을 아이가 충분히 이해해야, 내가 업무 회의를 하거나 함께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아이가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이나 업무상의 어려움, 갈등 요소들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자주 설명하곤 한다. 한 번은 동료의 업무에서 실수가 발생해 내가 그 문제를 대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아이에게 학교에서 그룹 프로젝트를 할 때 친구와 역할을 나누는 것에 비유하며 설명했더니,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명쾌하게 말했다.

“엄마, 그건 엄마 일이 아니잖아?”

그 한마디 덕분에 업무의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었고, 아이의 순수한 시각이 때로는 문제의 본질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택근무 초창기에는 작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같은 업무를 다시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처음 하는 일이니 실수할 수도 있지만, 동료들이 내가 재택근무 때문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할까 봐 주눅이 들었던 날이었다. 속상한 마음에 아이에게 넋두리를 했다.

“엄마가 또 실수를 해서 너무 속상해.”

아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앞으로 또 안 그러면 되지. 엄마도 나한테 늘 그렇게 말하잖아.”

아이가 건넨 그 말은 큰 위로였고, 내가 아이에게 늘 하는 말을 스스로 실천해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돌아왔다.


나는 회사에서 겪는 인간관계 스트레스나 고민도 아이와 종종 나눈다. 아이는 친구들과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나는 회사 동료와의 관계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며 서로에게 조언을 주고받는다. 이런 대화를 통해 아이는 어른들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우고, 나는 아이의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볼 기회를 얻는다.



남편은 종종 해외와의 업무 때문에 저녁이나 밤 시간에 회의를 한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과의 시간을 생각해서 최대한 저녁 회의를 피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엄마도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균형 있게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가정 내 역할에도 균형이 잡히길 바랐다.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서적 안정과 자신감은 결국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전달된다고 믿는다.


딸에게는 엄마가 일을 통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사회적으로도 자기 몫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딸이 미래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들에게는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여성과 남성이 서로 존중하며 가정과 사회에서 균형 있게 역할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내가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일하는 모습을 괴로워한다면, 아이들은 미래의 자신을 어떻게 상상할까? 아이들이 밝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나는 일을 즐기고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업무에서도 자연스럽게 더 생산적이게 된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다. 엄마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를 일상 속에서 보여주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믿는다. 특별한 대화가 아니라 평범한 저녁 식사 시간이나 산책길에서 자연스럽게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시간을 통해 아이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나는 아이의 세계에 더 가까워진다.


나는 일을 놓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이만큼 나 자신을 지키고 싶어서다. 엄마라는 역할에만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면, 아이들이 독립한 후 남겨진 빈자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함께 나 자신도 계속 키워나가기로 결심했다.


아이가 자라 독립된 성인이 되었을 때도 나는 여전히 ‘엄마’라는 이름과 함께 ‘나’라는 사람으로 서 있을 수 있기를 원한다. 육아는 희생이 아니라 사랑과 책임의 실천이다. 내가 내 삶을 살아내는 모습 자체가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이자 모범이 될 거라고 믿는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삶이 때로는 벅차고 힘들지만, 이런 순간들조차 아이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여러분이 일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우고 느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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