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 엄마, 나 이제 공부할래

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립니다 (1)

by 해바라기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이가 최근 학원에서 수학과 영어 레벨 테스트를 봤다. 평소 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집에서도 특별히 학습을 하지 않아 예상한 대로 어려워했다. 수학과 영어 모두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는 평가에 아이는 놀랐고,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수학의 연산 속도가 연습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숫자나 계산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고 따라잡으리라 믿었지만, 아이가 직접 마주한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은 것 같았다.


학교 공부에 대해 아이와 편히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수학이 어렵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특히 연산이 느린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고, "나도 친구들처럼 미리 공부하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순간, 아이가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했음을 깨달았다. 막연히 예상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당황스러웠다. 아이가 부족함을 인식하며 스트레스를 받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을 보려 한다. 그동안 아이는 피아노와 다양한 운동, 꾸준한 독서를 통해 끈기와 집중력, 그리고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길러왔다. 충분한 준비가 있었기에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도 좋을 시기라고 생각한다. 사교육을 일찍 시작하지 않은 건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필요한 때를 기다린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끝났고, 아이가 준비된 능력을 펼칠 때다. 이제 아이를 믿고 응원할 준비도 끝났다.


아이는 이제야 피어난 공부의 필요성을 마음에 품고 자신의 속도대로 나아갈 것이다. 부모로서 나 역시 아이의 발걸음을 믿고 응원하겠다.


딸아, 네가 지금까지 보여준 끈기와 노력이라면 분명 앞으로도 잘 해낼 거야.
너의 속도로 충분히 멋지게 성장할 거라고 엄마는 믿는다.





부모로서 아이를 믿고 기다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그동안 아이의 속도에 맞춰 신체 발달과 정서적 성장을 우선시하며 사교육 없이 전략적으로 준비해 왔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런 저의 선택과 그로 인해 마주한 현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헤쳐 나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부모님들께 작은 위로와 공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에필로그 - 나란히 그리고 같이 성장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