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립니다 (2)
나는 첫째 아이를 조산했다. 임신 중기 무렵, 병원에서 전치태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치태반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가 출혈이다. 그러면서 의사가 나에게 말하길, 내 임신 상태는 가장 위험한 상태를 10이라고 하자면 8 정도의 상태라며 출혈이 있을 경우 무조건 119에 전화해 빨리 병원에 오라고 했다. 거기에다가 내 혈액형은 특이했다. 한국인에게 보기 드문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출혈의 위험은 임신기간 내내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결국, 조기 진통이 생겼고 일주일의 입원과 출산 전날의 출혈 뒤에 (수돗물이 나오듯이 펑펑펑)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첫째 아이는 다행히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은 면했다. 하지만, 작은 만큼 체력이 약해 젖을 잘 먹지 못했다. 젖을 빨다가 잠들어 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조리원에 있는 동안 직접 수유하지 못하고 열심히 유축해서 아이를 먹였다. 다행히 아이의 체중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조리원 퇴소 후에도 날마다 아이의 몸무게를 잴 정도였다. 체중이 조금씩 늘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한결 놓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이 쉽지 않았지만, 아이가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자 노력했다. 그 시간을 어찌 보냈는지 지금 생각에도 까마득할 정도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아이를 보며 하루하루 힘을 냈다. 아이의 신체 발달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렸다. 뒤집기부터 느렸던 아이는 돌이 지나서야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을 이겨내기 위해 그 시기 육아서를 많이 읽으며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나는 인지 교육보다 신체 발달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일반적으로 유아 발달 분야에서는 대근육 발달이 인지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대근육 발달은 신체 조절 능력뿐 아니라 학습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대근육 발달이 느린 유아에게는 우선 신체 발달을 지원함으로써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나는 신체 발달이 아이의 자신감 형성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월령도 늦어 신체 발달이 빠른 아이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만3세 이후에 보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소근육 발달은 또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빠른 편이었다. 아이는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젓가락질 같은 앉아서 하는 정적인 활동을 좋아했다. 이처럼 정적인 활동을 선호하고 체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아이를 위해 가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등산을 하고, 계란프라이, 팬케이크, 쿠키 만들기 같은 요리 활동도 했다. 주말 농장 활동을 통해 자연 속에서 움직임을 유도했고, 부모와 함께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몸놀이를 하며 신체 활동을 촉진했다. 심지어 집 다락방에 클라이밍 월을 설치해 실내에서도 꾸준히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아이는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매우 좋아했다. 첫째 아이는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의욕이 많은 아이다. 그래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해 나가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자신의 속도로 모든 일을 즐겁게 해 나간다. 놀이의 규칙도 아이가 설명하도록 했고, 요리 계획도 아이가 세우도록 했다. 등산은 낮은 동산에서 시작해 7살에는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올라갔다. 천천히 기다려주면 자신이 계획한 바를 잘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등산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아이가 스스로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나는 아이의 속도대로 성장하는 모습을 칭찬했고, 아이가 잘하는 것을 더욱 격려했다.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할 수 있다고 믿었고, 아이 스스로도 그렇게 믿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응원하고 격려했다.
딸아, 네가 지금까지 보여준 끈기와 노력 덕분에 엄마도 더 많이 배운단다.
너는 정말 대단한 아이야. 네 속도로 충분히 멋지게 성장하고 있어.
엄마는 언제나 너를 믿고 응원할게. 그리고 기억해 줘.
너를 낳은 것은 엄마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야.
신체 발달이 느린 아이와 함께 걸어온 시간들 속에서, 저는 기다림이 곧 믿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속도에 맞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아이의 속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