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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엄마, 나도 해낼 거야!

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립니다 (5)

by 해바라기

아이와 함께 수학 공부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적은 양이지만 아이는 매일 꾸준히 학습을 해오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큰 갈등이나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와 함께 문제집을 풀며 정확하게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었고,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현행 학습은 필요할 경우 예습을 하고, 그 외에는 단원평가를 풀며 복습하고 학습한 내용을 점검하는 정도로 진행하고 있다. 본인이 어느 부분이 얼마나 부족한지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에, 하기 싫은 날에도 성실한 모습을 보인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날, 나는 아이에게 "그냥"의 마법을 알려주었다. 공부가 하기 싫다는 감정에 얽매이지 말고 기계적으로 "그냥" 그날의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우선 앉아서 시작하기만 하면 힘들어도 그날의 공부를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고 격려했다. 나 또한 일하기 싫은 날이면 "그냥"의 마법을 활용한다고 이야기했다.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다음 단계는 몸이 알아서 잘 해낸다고 말이다. 한 달 남짓이지만 아이에게서 발전이 보인다. 연산 속도는 아직 느리지만 정확도는 점점 좋아지고 있고, 대략적인 1학기 수학 학습 계획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발전이 보이니 아이도 점점 안심하고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영어는 다행히도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학원을 찾아냈다. 횟수나 교습 방식이 아이에게 잘 맞다고 생각해 권했는데, 아이도 무척 좋아하며 다니고 있다. 하루 숙제도 5분이면 끝나는 신기한 영어학원이다. 그래서 더더욱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이마저도 싫증을 내는 날이 온다면, 아이에게 또다시 "그냥"의 마법을 권할 예정이다.


막막하고 불안했던 마음이었지만, 한 달 사이 이렇게 더듬더듬 길을 찾아가고 있다. 근거 없이 낙관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아이가 잘 해내리라 믿고 있다.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시작한 공부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내가 할 일은 아이 옆에서 함께 길을 찾아주고, 가끔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학습 시간 중에 엄마가 꼭 필요한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공부는 결국 스스로 하는 것이기에, 시작부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낙관적으로 결말을 맺었지만, 사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많은 부모님들이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되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것, 누구나 잘 알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믿을 만한 구석 하나쯤은 항상 만들어 놓아야 한다. 내 경우에는 그것이 아이와 함께한 시간인 것 같다. 아이의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잘 도와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결정은 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아이가 같은 속도로 성장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속도에 맞춰 꾸준히 나아가는 것, 그리고 부모로서 아이의 변화를 지켜보고 응원해 주는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도 아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리고 계신가요?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부모님들께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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