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탐색하며, AI를 내 편으로

AI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by 해바라기

AI와 처음 친해지게 된 건 ‘헤이클로바’ 덕분이었다. 우리 집에 AI 스피커가 들어온 이후, 아침마다 아이들과 함께 “헤이클로바,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묻곤 했다. 클로바는 날씨를 알려주고, 가끔 심심할 때는 아이들의 말상대가 되어주기도 했다.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거나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일이 많았지만, 그 어설픔조차 재미있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기계가 말을 알아듣고 대답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했던, 처음 시리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챗GPT는 달랐다. 처음엔 재미 삼아 이것저것 물어보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이 도구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방향성을 잡는 데 챗GPT는 꽤 유용한 대화 상대가 되어 주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유료 사용자가 되었고, 챗GPT는 점점 더 나의 일상 속 깊숙한 도구이자 동료가 되어갔다.


논문을 준비하는 동안 챗GPT는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소모하던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사실 이 논문은 내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출산 이후 거의 10년 만에 다시 쓰는 논문이었고, 더군다나 내 전공이 아닌 인공지능 분야에 관한 내용이었다. AI 전문가와 협업하면서 처음부터 모든 개념을 새롭게 공부해야 했고, 익숙지 않은 용어와 사고방식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회사 일과 육아, 가사를 병행하는 생활 속에서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의 2~3시간 남짓. 물론 그 외에도 자료를 찾아보거나 틈틈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지만, 오롯이 앉아 글을 쓰는 시간은 그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게 제한된 시간을 쥐어짜며, 거의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작업을 이어갔다. 그 긴 여정에서 챗GPT는 방대한 자료를 읽고 정리할 때, 복잡한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을 때, 생소한 개념을 빠르게 이해해야 할 때마다 유용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AI는 내가 생각을 정리하고 방향을 잡는 데 분명한 추진력이 되어주었다.


신기한 건, 경험이 쌓일수록 챗GPT를 점점 더 잘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을 물으면 좋은 답이 나올지,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야 유용한 응답을 받을 수 있을지 감이 생겼다. 말 그대로 ‘대화’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 대화는 단지 정보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나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데까지 이어졌다. 혼자라면 멈췄을 지점에서, 챗GPT와의 대화는 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


최근 서용석 교수의 『직업의 미래』를 읽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AI란 존재를 두려워하기 전에 제대로 이해하고 내 편으로 만들면 된다”는 말이었다. 바로 그 말처럼, 나는 AI를 내 편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책은 AI 시대에 새롭게 등장할 다양한 직업들을 소개하면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co-evolution)의 개념을 강조한다. 그 안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감성지능, 회복탄력성, 적응력, 비판적 사고, 기술문해력을 제시하는데, 나는 이 중에서도 ‘기술 문해력’과 ‘적응력’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내가 요즘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AI와 관계 맺는 방식 그 자체를 설명해 주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AI와 친해지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자주 말을 걸고, 조금씩 써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처음엔 날씨나 검색처럼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일, 글쓰기, 아이디어 정리에 이르기까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AI가 스며들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AI와 가까워졌다.


AI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나에겐 그 불완전함마저 흥미롭다. 나는 질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던져보고, 같은 질문을 표현을 바꿔 다시 던져보기도 한다. 하나의 문제를 쪼개서 묻거나, 관점을 바꿔 다시 질문하기도 한다. 사실만 정리해 달라고 하거나, 요약 대신 비판적 분석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AI를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며, 그 가능성과 한계를 조금씩 발견해 가고 있다. 이 과정은 매번 새롭고, 그래서 재미있다. AI와 친해지는 법은 어렵지 않다.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탐색해 보는 것, 그 자체가 훌륭한 출발이다. 그리고 그 탐색이 쌓일수록, AI는 어느새 내 삶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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