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 급 각성

by 김소희

딱 일주일 후면 2학기 시작이다.

수강신청, 등록, 결제까지 끝났고 배송된 교재도 책꽂이에 잘 정리해 놓았다.

손 탁탁 털며 느끼던 설렘은 잠깐이었다.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처음, 학교 입학할 때 다짐한 게 있다.

멀리 생각하지 말고 재미있게 하자고. 즐기지만 진짜 최선을 다하자고.


초반에는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그 속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몸이 힘들고 마음이 지칠 때마다 다른 보상을 바라게 되더라.

그런데 공부한다고 어디서 떡 하나 떨어지는 법은 없다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안다.

어제 답답한 마음이 최고조였던 거 같다.

'배워서 잘 되면 좋고 그대로여도 뭐 상관없다.'였는데

'이거 다 배우고 나면 인생의 흐름이 바뀌려나. 아니라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온갖 물음표들이 나를 눌렀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약간의 외로움이 필수 옵션인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며 주변 사람들과 많이 소원해졌다. 학교 다니기 이전처럼 생활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수업 듣고 공부하고 과제하고 시험 준비하려 거의 약속을 만들지 않았다.

모임이라도 잡히면 (방송대 다닌다는 소리를 안 했으니) 불참 이유에 대해 자꾸 거짓을 말하게 되더라.

이런 일이 한두 번 반복되니 죄책감도 들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스스로 마음이 너~~ 무 불편했다.

지금 나의 모습은 앞으로 나아간다기보다 보다 선택적 낙오에 가깝다.


이제 한 학기가 지났다. 최소 3학기가 남았는데 앞이 깜깜하다.

보상 어쩌고 지인 어쩌고는 다 핑계고 그냥 공부가 하기 싫은 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라고 보인다!

옛말에 '하기 싫은 일은 오뉴월에도 손이 시리다.'라고 했다.


집 앞에 작은 영화관이 있는데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를 상영해 준다.

집에서 고민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싫어서 그곳으로 피난을 갔다.


오늘 상영 영화

여름 특집 - 트위스터스

무슨 영화인지 잘 모르지만 재난 영화라는 설명에 예약을 했다.

토네이도를 쫒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항상 하늘을 주시하고 살핀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나도 마치 그들 무리에 함께 있는 듯 설레었다. (여주인공은 너무 이뻐서 영화 내내 눈을 뗄 수 없기도 했다. 하하)

내가 처음 대기환경에 관심을 가질 때가 생각났다.

"하늘을 보는 직업을 갖고 싶다."

그냥 하늘이 좋아서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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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잊지 말자 초심!

나는 그때도 단순했다.

화학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만든 화학물질로 사람들 구하더라. (아차차! 이건 스포다)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앞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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