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대 -서울지역대학은 성수동에 있다.
초반에 이곳에 올 때마다 긴장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어 인지 실수 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뭐든 조금 아님 어설프게 익숙해졌을 때 문제가 생긴다.
성수. 성수. 성수만 되뇌던 중에 ' 이번 정차할 역은 성수, 성수역입니다.'는 안내방송에 자연스레 내렸다. 게다가 요즘 성수역이 매우 핫플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고 탄다.
휘리릭 휩쓸려 개찰구를 빠져나왔다.
그때까지도 뭐가 잘 못 된 건지 몰랐다.
'몇 번 출구였지?' 고민할 때.. 등골이 서늘하고 느낌이 쎄~~~~~했다.
아! 맞다. 뚝섬역이다!
방송대 서울지역대학은 뚝섬역에 있다!
다시 삑! 교통카드를 찍고 승강장으로 뛰어올랐다.
한번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이제는 성수,성수가 아닌 '뚝섬역'을 중얼거리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오전 일정이 끝나고 서둘러 지하철에 올랐다.
뚝섬역. 뚝섬역을 중얼이며 실수 없이 내렸다. 휴
1시에 출석 수업 시작이다.
40분 정도 일찍 도착했으나 식당에서 밥을 먹기는 애매하고, 배는 많이 고픈 상태였다.
혹시나 몰라 아침에 챙겼던 가방 속 마들렌을 꺼내 복도 의자에 앉았다.
비닐을 벗겨 한입에 쏙 넣었다.
반대편 복도 끝 의자에 앉은 분 손에도 둥근 빵이 하나 들려있었다.
'보름달인가 팥빵인가.'
마들렌을 오물거리며 답이 중요하지 않은 혼잣말을 했다.
교실에는 오전부터 연달아 수업을 듣는 사람과 오후 수업을 들을 사람으로 교실이 빼곡히 채워졌다.
곧 수업이 시작되었다.
환경화학이다.
인강으로 들을 때는 어려웠는데 현장에서 들으니 뭔가 더 귀에 잘 들어온다.
후훗~ 재밌다.
(재미있다. 더 알고 싶다. 는 것이지, 다~ 잘~ 이해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오해금지.)
프라임칼리지에서 들은 일반화학 정도의 난이도 극극극상을 생각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다행이다.
수업 시간 도중 교수님의 한마디에 교실 전체가 술렁였다.
"수업 끝부분에 시험을 보겠습니다. 오늘 수업 잘 들으시면 다 풀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시험으로 과제를 대신하겠습니다. "
보통 출석수업+과제물은 세트다.
수업 끝에 과제를 주시고 1주일 안에 제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 출석수업은 과제 없이 필기시험으로 진행하겠다는 말씀이다.
숙제가 없어서 좋은 것 같으면서도 당장 시험을 본다니 걱정이 되었다.
어중간하고 애매하고 묘한 기분이다.
시험 덕분인지 수업 시간 내내 초초초 집중했다.
수업을 30분 정도 남겨두고, 교수님은 맨 앞줄 사람에게 시험지를 나눠주었다. 한 장, 한 장 뒤로 넘겨지고 이내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책상 위에 한 장을 남기고 뒷사람에서 남은 시험지를 넘겼다.
내 손 위에 안마기 얹어진 듯 덜덜덜 떨렸다. 연필을 쥔 손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니 글씨가 읽혀질리가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1번 문제를 보고 또 보았다.
까만건 글씨요 흰 건 종이였다.
그 문제를 떠올려보겠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세운 식은 이러했다.
(혹시 다른 지역대학의 출석수업이 진행 중이니 기호로 표시하겠음.)
식 : ㅁ+(ㅇ-ㅁ)-ㅁ
세상에! 미분 적분도 아니도 오직 더하기 빼기다. 게다가 3개 숫자가 같다.
그런데 이게 풀 때마다 답이 다르게 나왔다.
미쳐부러 진짜 미쳐부러.
세네 번 하다가 마음속에서 '보류'를 외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내가 절반 조금 넘게 풀었을 때 한 명이 걸어 나와 시험지를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연달아 두세 명이 따라 나왔다.
교수님은 시간이 다 되었다고 슬슬 마무리해서 제출하라고 하셨다.
으-- 이런! 주관식이라 찍을 수도 없다.
'풀 수 있을 때까지 풀고 앞사람이 일어나면 나도 일어나자.'
내 앞사람도 나와 비슷하게 안드로메다를 헤매이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았다.
버티자 용사여!
마지막으로 1번 문제를 풀고 (아직도 정확히 썼는지 잘 모르겠다.) 미련 없이 일어나 교탁 앞에 놓았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하면 따라오는 감탄사들이 있다.
'아! 이거였다. 저거였다. 아~ 고치지 말걸.'
게임은 끝났다.
아쉬워 말고 집에 가자! 그냥 이게 내 실력이다. 흐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