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과제물 제출이 10월 10일부터였다.
이날은 까만색의 금요일이지만 휴일과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추석 연휴와 주말 사이에 끼어있고 아이들 학교는 재량휴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날에 과제물 제출 시작은 은근히 부담되고 신경이 쓰였다.
물론, 접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연휴가 끝나고 제출해도 상관은 없긴 하다.
이런 게 '공부 안 하는 애들이 시험기간을 분석하는 심리' 인가.. 하하하
과제의 90% 넘게 작성되어 있었다.
연휴 초반에 다듬고 수정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충분히 끝마칠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연휴가 시작되고 내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
학생과 일을 벗어던졌다. 훌훌
24시간 가족 구성원 모드를 켜두었다.
엄마, 아내, 딸, 며느리 - 모드 로그인!
와. 이것도 진짜 쉽지 않다.
지난 15년을 해왔으니 생소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조금 더 많이 하고,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무한 반복이라는 큰 함정이 있다.
잘 버티던 내 정신은 안드로메다 열차에 탑승했다.
그 때문인지 지친 몸과 마음은 나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안 하고 싶다. 힘든 건 다 때려치우고 싶다.
사람이 뭔가를 내려 놓는 건, 정말이지 한순간이다.
마흔 넘은 대학생활을 시작한 이유는 재미였다.
대가를 바라거나 목표가 있는 게 아니었다.
대기가, 수질이 더 알고 싶었다.
내가 여기서 포기한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공부한다는 걸 아는 사람도 한 손에 꼽을 정도다. 하하
쉽게 살아 볼까?
내가 생각하는 쉽게 사는 3가지가 행동요령이 있다.
+ 남 탓
+ 합리화
+ 포기
무적 아이템은
남탓하며 자신의 포기를 합리화하면 된다.
세상 사는 게 매우 쉬워진다.
실제 내 지인 중에 이 무적 아이템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은 피해자이고 매일이 어쩔 수 없는 일의 연속이라 말한다.
내가 볼 때는 스스로에 대해 잘 파악을 못하고, 어떤 걸 놓치고 사는지 전혀 모른다.
나는 쉽게 살려다가 아쉬운 인생으로 남고 싶지 않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과제를 마무리해서 제출하였다. 속이 후련!
짧은 방황은 끝났다.